18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주영화제의 특별한 '배려'
[성하훈 기자]
▲ 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 전주영화제 제공 |
오는 27일 개막하는 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전북 지역 제작 영화는 총 12편이다. 코리안시네마 4편과 한국단편경쟁 1편, 그리고 골목상영 등을 통해 7편의 영화가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전주영화제가 갖는 특성 중 하나는 지역 영화에 대한 배려다. 전 세계 영화들이 상영되는 영화제의 성격상 지역 영화를 따로 배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주영화제의 지역 영화 육성은 18년 째 이어지고 있다. 꾸준히 지역영화가 관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만하다.
전주영화제의 지역 영화 관심은 지난 2005년 6회 영화제 때 로컬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지역독립영화 세미나를 시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2006년 7회 영화제 때는 로컬시네마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들과 지역 감독들을 조명하는섹션을 신설했다. 전주영상위원회가 '전주지역 중·단편영화 제작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연계한 것이었다.
로컬시네마를 시작할 당시 전주영화제는 "지역의 영화 인프라를 확장하고 세계의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찾아오는 영화제를 통해 지역의 인재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축제로만 끝나지 않고 지역의 창작 환경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가 이후 지역 영화 공모 방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역 영화 공모에 장편영화 6편 등장
특히 올해의 경우 지역공모 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장편 출품작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출품작 47편 중 장편이 6편이나 포함됐다. 전주영화제에 따르면 지역공모 부문은 전북 지역에 주소지를 둔 감독·제작자의 작품이거나 전북 지역에 주소지를 둔 학교의 재학생 또는 전북 지역에서 50% 이상 로케이션한 작품에 한정한다. 그러다 보니 주로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제작된 단편영화의 등용문 역할을 담당했는데, 장편영화가 늘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단편영화와 달리 장편영화는 독립영화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예산과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는 제작이 간단치 않기에 지역에서 장편영화 제작을 하려면 난제들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역영화 제작은 단편영화나 장편 독립영화에 머물러 있다. 장편상업영화 제작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도시 지역도 엄두를 내기 쉽지 않고, 장편독립영화 역시 지역에서 드물게 제작되는 수준이다. 그래서 단편영화라도 꾸준히 제작할 수 있다면 나은 형편에 속한다.
전주영화제 측은 "공모과정에서 장편이 많아졌다는 것은 전주영화제의 지역영화 제작지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역영화 공모가 전북 지역 예술인들에게 기회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임과 동시에 지역 기반 장편 작품의 제작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음을 방증하는 구체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들 장편 중 올해 전주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없다. 전주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작품을 엄선해 고르다 보니, 지역공모에서 선정된 작품 5편은 모두 단편이었다.
지역공모를 담당하고 있는 문석 프로그래머는 "양적으로는 코로나 시대 이전만큼의 위세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으나 질적으로는 최근 들어 가장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이번에 선정된 5편은 모두 단편영화로 최근 수년간 지역공모에서 장편영화를 선정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보다 많은 장편이 참여해 풍성한 결과를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비록 장편을 선정하지는 못했으나 꾸준한 도전을 통해 완성도나 질적 수준을 높이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다. 제작이 늘어나다 보면 작품의 수준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단편경쟁에 선정된 지역영화 김은성 감독 < COMPUTER >. |
ⓒ 전주영화제 제공 |
주로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들은 지역의 독립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서 인정받아야 다음 작품을 통해 국제영화제에도 선택받을 수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를 통해 상영되는 지역영화도 비슷하다. 코리안시네마에서 상영되는 오재욱 감독의 <거품>, 김종진 감독의 <별을헤다>, 이소현 감독의 <비트코인 하우스>, 이제경 감독의 <이곳 너머> 등 4편 외에 김은성 감독의 < COMPUTER >는 한국단편경쟁에 진출했다.
전북독립영화협회(이하 전북독협)에 따르면 김은성 감독은 전북독협에서 진행한 마스터와 함께하는 상상 단편영화 프로젝트 12기로써 <우두>를 연출했다고 한다. 다음 작품으로 만든 < COMPUTER>가 경쟁에 올라갈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비록 지역영화 선정은 5편에 불과하나, 전주영화제는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인 골목상영 등에 지역영화를 여러 편 배치했다. 전북독협 이사인 금태경 감독과 박태양 감독의 <식혀주다, 읽어주다>와 금태경 감독 <두개의 유네스코>, 제16회 오사카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재능상을 수상한 최진영 감독 <태어나길 잘했어>, 20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가장 환하고 따뜻한>이 상영된다.
이밖에 제22회 전북독립영화제 개막작인 태자경 감독의<부유>와 박현준 감독의 <높은 마음>, 22회 전북독립영화제 옹골진상(대상)을 수상한 김규민 감독 <매일의 기도> 등도 무료로 상영된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측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역영화인들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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