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 컴백' 도로공사, 주전 세터 잃은 페퍼

양형석 2023. 4. 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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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6일 여자부 FA보상선수 지명 완료, 김주향 현대건설-임혜림 IBK행

[양형석 기자]

V리그 여자부가 FA시장의 마지막 단계인 보상선수 지명을 모두 마쳤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구단은 26일 구단의 공식 SNS를 통해 FA계약을 맺고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이적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에 대한 보상선수로 이고은 세터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이고은은 2022년 3월 페퍼저축은행과 3년 총액 9억 9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지만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지명되면서 1년 만에 다시 도로공사로 복귀하게 됐다. 

한편 황민경을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보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기업은행의 아웃사이드히터 김주향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지난 2019년 FA 고예림의 보상선수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던 김주향은 황민경의 보상선수로 4년 만에 친정팀으로 컴백했다. 김수지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보낸 기업은행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았던 미들블로커 유망주 임혜림을 지명했다.
 
 FA자격을 얻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던 이고은 세터는 한 시즌 만에 도로공사로 돌아오게 됐다.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기도 하는 보상선수 지명

FA는 전 시즌 연봉에 따라 A, B, C그룹으로 나뉘게 되는데 타 구단에서 연봉 1억 원 이상의' A그룹 FA'를 영입할 경우 원 소속구단에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5명을 제외한 1명의 보상선수, 또는 전 시즌 연봉의 300%를 이적료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FA를 내준 원소속구단에서 정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구단들은 FA이적으로 인한 전력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금만 받고 끝내기 보다는 보상선수 지명을 선택한다.

보상선수 지명은 팀에 약한 부분을 채우거나 FA를 영입한 팀에서 가장 기량이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2021년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이소영에 대한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페퍼저축은행)을 지명했던 GS칼텍스 KIXX가 대표적이다. GS칼텍스는 한다혜와 한수진 같은 젊은 리베로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경험이 풍부한 오지영 리베로를 영입하면서 후방 수비와 리시브 라인을 더욱 굳건히 했다.

하지만 가끔은 FA를 영입한 팀의 전력을 약하게 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는 보상선수지명도 있었다. 지난 2010년 남자부의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신치용 감독의 딸과 교제하고 있는 '예비사위'이자 FA 최대어였던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를 영입했다. 이에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서는 삼성화재의 무적시대를 이끌었던 주전 세터 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을 보상선수로 지명하며 라이벌 팀의 전력약화를 노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캐피탈의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화재 입단 후 발목 부상으로 고전하던 유망주 세터 유광우(대한항공 점보스)가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등 외국인 선수들과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삼성화재의 왕조를 이어간 것이다. 반면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최태웅 세터는 기존의 권영민 세터(한국전력 빅스톰 감독)와 포지션이 겹치면서 삼성화재 시절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자부에서는 지난 2017년 흥국생명에서 기업은행으로 이적한 FA 김수지에 대한 보상선수로 남지연 리베로를 지명했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미 FA시장에서 '미친 디그' 김해란 리베로를 영입한 상황이었고 남지연 리베로의 보상선수 지명은 누가 봐도 '중복투자'였다. 결국 남지연 리베로를 교체 수비수로 활용한 흥국생명은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서 2017-2018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주전 세터 잃은 페퍼, 미들블로커 허전한 도공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 세터의 이적으로 2022-2023 시즌 주전 세터를 잃었다.
ⓒ 한국배구연맹
 
챔피언 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하며 통산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클러치박'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으로, 정대영이 GS칼텍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정대영은 옵션을 제외한 순수 연봉이 8500만 원이었던 'B그룹 FA'였기 때문에 도로공사가 보상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은 박정아의 새로운 팀이 된 페퍼저축은행 뿐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 시즌을 통해 미들블로커 최가은이 블로킹 10위(세트당 0.54개)에 오르며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최가은 외에도 풀타임 주전으로 첫 시즌을 보낸 2003년생 유망주 서채원이 있고 2022년 10월 어깨 인대 수술 후 재활 중인 하혜진도 있다. 195cm의 최장신 유망주 염어르헝의 잠재력 역시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4명과 계약한 페퍼저축은행이 미들블로커 자원을 모두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선택은 정대영이 빠진 미들블로커 보강이 아닌 1년 전 도로공사를 떠났던 이고은 세터 영입이었다. 도로공사는 2022-2023 시즌 팀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이윤정 세터와 181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2001년생 유망주 세터 안예림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도로공사가 이고은 세터를 지명할 리 없다고 판단한 페퍼저축은행은 1년 전 10억 가까이 투자해 영입한 이고은 세터를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 시즌 풀타임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65.83%의 세트 점유율을 책임졌던 확실한 주전세터를 잃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에는 아직 박사랑과 이현, 구솔 같은 세터 자원들이 있지만 이현 세터는 2022-2023 시즌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며 세트점유율이 1.64%에 불과했고 박사랑과 구솔도 프로무대에서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다. 결과적으로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영입하기 전 세터가 최대약점이던 시절로 돌아간 셈이다.

이고은이라는 경험 많은 세터를 복귀시킨 도로공사도 마냥 기뻐하긴 이르다. 도로공사는 미들블로커 유망주들 대신 이고은 세터를 데려오면서 아직 정대영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예담과 임주은 등 팀 내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천천히 세대교체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디펜딩 챔피언'이 된 도로공사가 다음 시즌에도 강한 전력을 유지하려면 미들블로커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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