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나도 피해자"…7.3조 증발 SG사태 '주가조작' 조사 착수
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대한 금융위원회와 검찰의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들 종목에 대해 주가 조작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당 10명에 대해 지난 24일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 시장의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SG증권발 하한가 행진은 사흘째 계속됐다. 26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삼천리, 선광 등 4개 종목은 장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하며 사흘 연속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세방(-25.72%)과 다우데이타(-19.34%), 다올투자증권(-4.89%)과 하림지주(-5.04%) 등도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17%, 코스닥 지수는 0.99%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24일부터 3거래일 만에 7조3906억원 증발했다. 물량 폭탄이 쏟아지며 이들 8개 종목의 주가는 3거래일 동안 최대 70%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검찰은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금융당국 등은 이들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배경에 주가조작 등 이상거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금융당국 사정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지난주 무렵 금융당국이 주가조작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를 입수하고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조사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소속 특별사법경찰(금융위 특사경)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 특사경은 체포 및 구속, 압수·수색, 금융계좌추적, 통화내역조회, 출국금지 등 강제수사 권한을 갖고 있다.
출국금지 대상 10명도 금융위 특사경이 사전 조사를 통해 특정한 이들이다. 이들은 투자자를 모은 뒤 이들 명의로 개설한 계좌로 통정거래를 해 주가를 조작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과 물량 등을 사전에 정해두고 이를 사고팔며 주가를 조작하는 불법 매매 행위다.
가수 겸 배우인 임창정씨도 이들 주가조작 세력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JTBC는 지난 25일 임씨가 이들 주가조작 세력에게 올해 초 30억원을 투자하고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겨 대리투자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임씨는 JTBC에 “30억원이던 투자금 대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며 “자신도 피해자인 만큼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와 2차전지주 급등에 따른 시장의 과열과 '빚투'(빚내서 투자)와 관련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8일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 주재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에 대한 신용공여나 차액결제거래(CFD)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부탁하기 위한 자리”라며 “일부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회의를 소집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있었던 만큼 신용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당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몰렸던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금감원의 집중 조사도 진행된다. 사업이나 실적과 관련이 없는데 2차전지를 신규 사업에 추가해 주가를 띄운 ‘무늬만 2차전지주’가 대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기·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상 사업목적에 2차전지 관련 내용을 추가한 상장사는 16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일부 종목은 사업 목적 추가 공시 후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이상 과열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2차전지 등 미래산업 신사업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한 뒤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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