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잔고율 10% 이상 종목, 올들어 두 배 이상 증가…곳곳 ‘빚투’ 주의보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잔고율이 10% 이상인 종목 수는 21개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말 9개에서 곱절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이 밖에 신용잔고율이 5% 이상인 종목 수도 269개에 달했다.
신용잔고율은 신용 거래 매수량을 총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신용잔고율이 높을수록 상장된 주식 중 신용 거래된 주식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코스닥 종목의 신용잔고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용잔고율 10% 이상 전체 종목 가운데 13개가, 5% 이상 전체 종목 중에서는 228개가 코스닥 종목이었다.
종목별 신용잔고율을 보면 영풍제지의 신용잔고율이 15.99%로 가장 높았고 다올투자증권(14.78%), 우리넷(12.68%), 선광(12.59%), 세방(12.17%), 빅텍(11.9%), 제주반도체(11.59%)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각각 종이·목재, 증권업, 통신 장비, 운송 등에 속해 업종상 어떤 공통점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최근 신용 거래가 해당 종목의 업황이나 성장성 등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고려하기보다 수급상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은 수급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크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처럼 신용 융자 증가액이 개인 순매수 대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단기 레버리지 베팅이 코스닥 시장 강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라며 “갑작스럽게 신용 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4일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집중되며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도 신용잔고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다올투자증권과 선광, 세방을 비롯해 삼천리(10.65%), 서울가스(7.64%), 대성홀딩스(6.79%) 등 모두 신용잔고율이 5%를 훌쩍 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 거래 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16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24일 기준 20조4320억원까지 늘어났다.
그 가운데 코스닥 시장 신용 거래 융자 잔고는 10조5600억원인데 올해 들어서만 2조7008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이 코스닥에서 순매수한 금액(6조1278억원)의 4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증권가 내부에선 ‘빚투’ 경고음이 시장 전체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에는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대해 2∼3년 이후의 장기적 장밋빛 전망까지 당겨와 반영, 주가가 과열되는 양상이었다”며 “ ‘빚투’ 경고음으로 인해 최근 증시에 유입됐던 매수 흐름이 끊기고 시장이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진 욱 인턴기자]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