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신기록 쓴 현대차·기아, 2분기엔 더 좋다(종합)
물량 증가·고급화·제값받기 정책 주효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치, 1분기에 조기 달성
원재료價 하락 반영하면 2분기 이후 실적 추가 개선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의 새역사를 썼다. 이로써 현대차·기아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유수의 기업을 따돌리고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밀렸던 대기 수요가 해소되고 고급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한 원자재 가격이 본격 반영되면 2분기 이후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기아는 올해 1분기 매출액 23조6907억원, 영업이익 2조8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1%, 영업이익은 78.9% 늘었다. 전일 현대차도 매출액 37조7787억원 영업이익 3조5927억원으로 각각 24.1%, 86.3%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현대차·기아의 실적은 2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신기록이자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어닝서프라이즈다. 영업이익률 기준으로만 보면 1분기 현대차가 9.5%, 기아 12.1%로 올해 초 밝힌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치(현대차 7.5%, 기아 9.5%)를 초과 달성했다.
현대차·기아가 2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지난해 자동차 시장 전반의 수요를 눌렀던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해 들어 거의 해소됐다. 그동안 밀렸던 대기 수요가 점차 해소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도매 판매는 전년 대비 13% 늘어난 102만2000대, 기아는 12% 증가한 76만8000대다. 특히 내수와 북미 시장 위주로 판매 증가세가 뚜렷했다.
두 번째는 고가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 D세그먼트 이상 비싼 차종의 판매가 늘었다는 점이다. 고가 차량 위주로 판매 믹스가 개선되면서 수익성도 좋아졌다. 올해 1분기 현대차의 SUV·제네시스 합산 판매 비중은 55.5%로 절반 이상이다. 기아도 레저용 차량(RV)과 D·E 세그먼트를 합친 비중이 72.7%다. 즉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10대를 팔면 그중 5대 이상을 제네시스 또는 SUV로 팔았다는 의미다. 기아는 7대가 RV 아니면 D·E 세그먼트 중대형차다.
마지막으론 판매 인센티브를 낮추는 '제값받기'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이 있는 차는 딜러에게 따로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아도 팔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인센티브는 업계 최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아 영업이익에서 인센티브 절감 효과만 1890억원에 달한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강력한 제품력과 개선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낮은 인센티브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2분기에도 강한 실적 개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니켈·리튬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4분기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같은 원자재 가격 안정화는 이번 분기 실적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2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분이 반영되면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주 본부장은 "낮아진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면 재료비 부담이 줄면서 전기차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전략도 이미 짜놨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가 생산되기 전까지 2~3년 과도기가 문제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 전기차가 아니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플릿(법인·렌터카·중고차 대상 판매), 리스(장기 임대) 차량 비중을 늘려 대응한다. 일각에선 플릿이나 리스 판매가 수익성이 낮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높은 제품력 덕분에 추가 수수료 지급 없이도 플릿 판매가 가능하기에 수익성엔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기아가 2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면서 시장에선 연간 목표(가이던스)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 이후에도 실적 호조를 자신하면서도 연간 목표 수정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단기적으론 2분기까지 좋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간 가이던스 수정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3분기 이후 상황을 보고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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