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한중관계 냉각 아랑곳없이 "중국에 할 말 해야"
[민주언론시민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둘러싼 국제사회 긴장에 대해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역내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윤석열, 중국에도 할 말 하는 여유 보였다"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중국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은 즉각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세계에 중국은 하나뿐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항의했습니다. 중국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인용했습니다. 부용치훼는 강한 어조로 상대방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일국의 정상에게 쓴 것은 이례적인데요.
한국 외교부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으로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중국을 비판하는 한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중국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유선 전화로 항의를 표했으며, 중국 친강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윤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수위 높은 경고성 발언을 내놨습니다.
▲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과 왜곡된 주장 내놓은 조선일보 ‘김대중칼럼’(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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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붙어있는 '껌딱지' 같은 존재 아니니 할 말은 해야?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대한민국은 중국의 오만함과 한국 무시를 언제까지 참고 있을 것"이냐며 "(대한민국은) 더 이상 중국 대륙에 붙어있는 '껌딱지' 같은 존재"가 아니기에 "중국에 대해서도 그것이 한국의 안위에 관계되는 것일 때 할 말은 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칼럼니스트는 "지금 한국은 '몸통'은 대륙에 붙어있는데 '머리'는 미국을 지향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과거 세계 역사에서 약소국이 살아남는 길은 어느 한쪽의 강대국에 빌붙어 사는 것"이었지만 "이제 중진국으로 올라서고 있는 한국이 행세하는 길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이어 "우리의 선택은 한국을 속국시하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을 전략적 동맹으로 삼는 미국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의 오래된 대립관계를 알면서도 역대 한국 정부가 균형외교를 펼쳐 온 것은 오로지 국익을 위해서였습니다. 균형외교가 곧 실리외교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이 "중국 대륙에 붙어있는 '껌딱지' 같은 존재"라서 중국에게 할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감정적이거나 섣부른 대응이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응해온 것입니다.
무역 다변화 못한 한국, 무시할 수 없는 무역상대 중국
미·중 무역갈등에서 시작된 세계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무역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수출시장이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에 치우치고, 수출품목이 반도체처럼 특정 품목에 치우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수출시장과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무역 다변화 속도는 더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의 봉쇄 조치를 풀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갔는데도 무역수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반도체 수출 및 중국 수출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20일 기준으로 4월 무역수지가 41억 3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대중 무역적자가 19억 9600만 달러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데일리안 <무역 다변화 아직인데…싸늘해진 한·중관계에 길 못 찾는 경제 당국>(4월 24일 장정욱 기자)은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든 대중(對中) 무역"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발언으로 촉발된) 대만 관련 외교 갈등"으로 "'리오프닝' 효과(를) 기다리던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었다며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우리 하반기 경기 반등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한국 경제당국의 자세는) 지나치게 안이한 자세"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나빠진 한중 관계로) 당장 중국이 만약 한국에 보복을 가하게 된다면 아마도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고 느끼는 가장 아프게 느낄 수 있는 안보와 경제 부분에 집중"할 텐데, "특히 경제 분야는 한국의 일반 국민들까지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요국 중국에 공들일 때 한국은 감감무소식
4월 9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귀국길 기내 인터뷰에서 "유럽은 대만을 둘러싼 위기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없으며 미·중 쌍방으로부터 독립적인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며 대만 문제에 중립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4월 12~1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도 "달러가 세계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 "미국은 전쟁 부추기기를 그만두고 평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노컷뉴스 <베이징 노트/실종된 대중 외교…파티는 끝났다?>(4월 18일 임진수 특파원)는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 중국 시장 개방 등의 선물보따리를 한아름 챙긴 (마크롱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 등) 두 정상은 '친중 행보'라는 꼬리표가 붙든 말든 중국이 듣고 싶어 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화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도 중국과의 교류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3월 13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종료되고 중국 정부의 업무가 재개된 이후 두 정상 간 전화회담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으며, 4월 10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의 초청을 받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중하는 것을 중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에 힘쓰는 일본도 4월 2일 하야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와 회담을 했습니다.
노컷뉴스는 "주요국 정상들까지 속속 중국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두나라(한국과 중국) 정부간 교류가 한발 뒤쳐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에서 전체 수출 비중이 20%가 넘는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직무유기"라고 일갈했습니다.
사실 왜곡과 무리한 주장, 언론 역할 아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 미국과 중국 중 미국을 선택해야 하며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감정적 대응을 주문한 김대중 칼럼니스트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김 칼럼니스트의 일방적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민주화과정마저 미국과 동맹을 통해 이뤄낸 것인 양 서술한 것인데요. "중국은 지난 천 년 넘게 우리를 대륙의 한구석에 가두어 손발을 묶었지만 우리는 지난 75년 동안 미국의 안내로 세계로 나와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했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박근혜정권 퇴진 촛불집회 등 피땀 어린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지 한미동맹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민주화과정이 한미동맹을 계기로 이뤄졌다고 왜곡하거나 미국과 중국 중 미국을 택해야 한다며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주장을 낼 것이 아니라, 냉각된 한중관계를 회복하고 실제 국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석을 하는 것이 언론의 진정한 역할 아닐까요.
* 모니터 대상 : 2023년 4월 25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우리가 중국에 해주고 싶은 말-'부용치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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