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체포, 강남 살인 뒤에야…첫문턱 넘은 가상자산 법안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입법의 첫 문턱을 넘었다. 그간 관련 법안은 지난해 5월 불거진 테라‧루나 사태 이후에도 국회에서 좀처럼 논의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도 관련 법률 미비로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운 ‘규제 공백’이 이어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을 의결했다. 지난 2020년 6월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시작으로 그간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 19건을 통합·조정했다.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된 지 약 22개월 만이다.
그간 개별 의원의 법안 발의는 쏟아졌지만, 정작 입법 움직임은 더뎠다. 우선순위에서 다른 법안에 밀려서다. 지난해 5월 50조원 규모의 피해를 낳은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금세 사드러들며 관련 논의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3일 해외로 도피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데 이어, 같은 달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가상자산 투자 피해 관련 납치·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가상자산 규제 공백의 폐해가 재차 부각됐다. 그러면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법안은 우선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 등 그간 사용된 여러 표현은 가상자산으로 통일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은 가상자산에서 제외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의무를 부여했다. 고객 예치금의 예치·신탁, 해킹·전산장애 등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적립 등이다.
시세조종,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등은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위반 시 처벌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거나 부당 이득의 3~5배에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또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향후 국회 정무위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가상자산 거래가 일상화한 만큼 법률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상자산 거래량은 하루 평균 3조원이다. 이용자는 627만명에 이른다. 관련 시장이 부침을 겪으며 지난해 상반기(5조3000억원)대비 거래량이 43%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가상자산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이번 법안은 가상 자산을 제도권으로 들인 최초의 법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둔 이번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향후 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담은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8살에 본드의 딸 낳은 그녀…논란 부른 피범벅 출산현장 떴다 | 중앙일보
- 외출 여성 집 몰래 들어온 관리소 직원…'음란행위' 딱 걸렸다 | 중앙일보
- "앤젤리나 졸리, 윤 대통령 환영 만찬 참석…'연대생' 장남도 온다" | 중앙일보
- 장경태 "윤, 화동 성적 학대"…장예찬 "그럼 부시는?" 꺼낸 사진 | 중앙일보
- 영하 날씨에…남친과 여행중 둘레길에 신생아 버린 20대 구속 | 중앙일보
- '1대6 참패' 토트넘, 원정팬 티켓값 환불...손흥민도 사과 | 중앙일보
- 10주면 베트남어로 흥정까지 가능…삼성 '외생관'의 비밀 | 중앙일보
- "칼로 주요부위 토막, 회 뜨겠다"…JMS, 김도형 협박 심해졌다 | 중앙일보
- 노엘, 아빠 장제원 골프채 루머? “방문 부수고 들어온 적 있다” | 중앙일보
- "누나가 평양 보여준다"던 북한 유튜버…김치 담그며 "파오차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