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 신차 없이도 '사상 최대'… 인도·미국 꽉 잡은 기아 (종합)
판매 증가 및 믹스 개선, 환율 효과로 수익 확대
신차 없지만 효자 모델이 수익 견인… 미국·인도 시장 확대
기아가 올 1분기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신차 출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다. 지난해 잘 만들어 놓은 효자 모델을 중심으로 내수는 물론 미국, 인도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확대된 덕이다.
2분기부터는 내수 시장을 시작으로 두번째 전용 전기차인 EV9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글로벌 판매량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아는 26일 올해 1분기 매출액 23조6907억원, 영업이익2조8740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29.1%, 78.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증권가에서 전망한 영업익 추정치인 2조 3170억 원을 24%나 웃돈 사상 최대 호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고 수준인 무려 12.1%를 달성했다.
기아의 1분기 호실적이 주목되는 것은 형제 격인 현대차와 달리 기대할 만한 신차 효과가 없었음에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부터 그랜저, 코나 등 신차를 내놓은 것과 비교해 기아는 앞서 출시했던 효자 모델들이 1분기 내내 판매량을 견인해준 것이다.
내수시장의 경우 반도체 부족 영향을 받았던 전년의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아의 1분기 내수 판매는 14만 1740대로,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카니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력 차종이 꾸준히 팔려준 덕이다.
미국과 인도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기아의 1분기 미국 도매판매 대수는 24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8% 급증했다. 인도 역시 전년 대비 24.4% 증가한 7만 5000대를 판매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실적 안정세에 접어들며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지난해 1분기 기아의 지역별 매출 중 북미 지역은 35.8%를 차지했지만, 올해 1분기 40.3%로 4.5%p 확대됐다.
기아는 "공급 개선에 따른 가용 재고 증가가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며 주요 시장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했고, 특히 미국 시장에서 주력 RV 차종 중심의 판매 확대, 인도 공장 3교대 전환에 따른 물량 증가, 신형 스포티지 및 카렌스 신차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 역시 비중이 늘었다. 기아의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한 13만 3000대로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2.3%p 상승한 18.1%를 달성했다.
다만 전기차만 보면, 구형 니로EV 등 재고 소진을 위한 집중 판매가 높게 작용하면서 유럽과 미국 등 판매가 소폭 하락했다. 특히 유럽, 미국 시장의 EV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3.4%, 31.1% 하락하면서 전체 EV판매 역시 전년 동기대비 5.7% 줄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일부 반도체 영향이 다소 남았음에도 공급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며 판매 및 믹스개선 요인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며 "제값받기도 꾸준히 진행하며 낮은 인센티브를 유지하고 환율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의 영향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전기차 6만대 팔 것"… IRA·가격 경쟁에도 할인은 없다
기아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9을 출시하는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신차효과에 힘입어 호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1분기가 기아 차량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시기였다면, 2분기부터는 확실한 이벤트를 통해 기존 차량의 브랜드력을 더욱 높이면서 전기차를 통한 수익성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기아는 "EV9이 2분기부터 내수와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어서 올해 연간 전기차 판매는 57% 증가한 약 25만대, 올해 글로벌 판매의 약 8%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재료비도 올초를 기점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인센티브와 판촉 관리를 경쟁력있게 가져간다면 당초 세운 연간 계획은 큰 차질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기아의 전체 판매량 중 40% 수준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는 리스 비중을 높이면서도 기존의 '제값 받기' 전략은 지속할 방침이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한 수요 하락 영향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력을 낮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주 부사장은 "IRA 세부지침 발표 이후 실제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조금 떨어졌다. 이는 보조금 자체를 못받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망 정도가 아닐까 예상한다"며 "인센티브, 리스를 적극적으로 나가지않고 소비자 상황 보고있으며 2분기인 4월부터 수혜가 가능한 리스를 확대시키고 있다. 전체적인 물량은 당사가 계획하는 물량 만큼을 리스로 커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EV 전략을 새로 짠 중국시장과 멕시코 공장 등은 낮은 공장 가동률을 높여 전기차 생산 기지로 활용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주 부사장은 "중국에서 올해 말 EV5가 출시되는데, 이 모델을 필두로 2030년까지 매년 EV모델을 투입하게된다. 중국 모델은 중국에서 기본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내수판매 20% 이상은 EV로 판매할 계획이고, 생산은 중국에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보면 전세계 모든 공장을 순차적으로 EV 공장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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