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엔 'Freedom is not free'…한·미 정상 한국전 기념비 방문

현일훈, 황수빈 2023. 4. 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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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찾아 헌화했다. 이번 방문 중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 첫 일정으로, 6·25전쟁에서 헌신한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와 한·미 간 우호 협력 증진의 뜻을 담은 행보로 해석된다.

이날 한·미 정상 부부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로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색 정장, 바이든 여사는 옅은 하늘색 투피스를 입었다. 기념비로 향하는 입구에는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어 이들은 헌화대로 향하면서 19명의 병사 동상을 지나쳤다. 한국전쟁 등에 참전했던 미군 장병의 희생과 헌신을 19개 동상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19인상 아래에는 ‘전혀 몰랐던 나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기린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한·미 정상 부부는 헌화대에 도착,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3초간 묵념했다. 이어 진혼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 추모했다. 그 옆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미군 의장대가 도열했다. 양국 정상은 화환에 손을 얹는 것으로 헌화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함께 25일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어 화강암으로 만든 ‘추모의 벽’으로 이동했다. 기념공원 내 추모 연못을 중심으로 설치되는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 벽으로, 벽면에는 한국전쟁 전사자 4만3748명의 이름과 유엔 참전국 수, 부상자 수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 알렌 페핀 관구사령관이 루터 스토리 장병 유족을 소개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유족과 악수했다. 이후 바이든 여사, 윤 대통령, 김 여사 순으로 악수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미국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스토리 상병은 한국 전쟁 당시인 1950년에 미국과 북한의 치열한 전투에서 용맹하게 싸운 미군 상병으로, (당시) 실종돼 최근까지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 달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에 의해 신원이 확인돼 미국 측에 해당 사실이 통보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이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면서 “한미 동맹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함께하게 돼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내부를 관람하던 중 블루룸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념비 방문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 관저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백악관 블루룸에서 방명록에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우리의 글로벌 동맹을 위하여’라고 쓴 뒤 동맹 70주년 사진집에도 서명했다. 이어 발코니에서 워싱턴 주변 전경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빈으로 오신 귀한 손님을 소중한 공간에 초청하게 돼 기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한·미 정상 두 부부가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더 친밀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함께 방한하면 관저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선물도 교환했는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소형 탁자와 화병, 목걸이를 선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야구애호가인 윤 대통령을 위해 프로야구 선수가 쓰던 배트와 야구 글로브, 야구공으로 구성된 빈티지 야구 수집품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달항아리와 쪽두리, 은주전자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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