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5억 들인 녹조제거 선박 폐기…환경부 "운영예산 없다"
국내에서 45억 원의 연구비를 들여 녹조 제거용 선박을 개발했지만, 운영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부가 폐기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베트남에서는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정책기반 공공기술 개발사업의 하나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조류(藻類) 제거 선박 개발과 관련한 연구 과제 2개를 동시에 진행했다.
하나는 서울대가 주관한 '수상 이동형 조류 제거선 개발' 과제로 총 39억3067만원의 연구비가 들어갔다.
이 중 29억4800만원은 환경부가 지원했다.
다른 하나는 K 선박설계 회사가 주관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조류 스컴 수거 선박의 개발'로 전체 6억 4133만원 연구비 중에서 4억8100만원을 환경부가 지원했다.
스컴(scum)은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덩어리를 말한다.
기포로 덩어리 만든 후 거둬들여
두 연구 과제에는 정부 지원 34억2900만원을 포함해 45억7200만원이 들어갔다.
K사는 세 종류의 소형 실험용 선박을 개발해 시운전까지 했고, 서울대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체 길이 10m, 폭 6m의 '농축 탑재 개폐형 조류 제거선'을 최종 완성했다.
이 녹조 제거선은 강이나 호수 위에서 지름 30~5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의 미세한 기포를 발생시키는 장비를 장착하게 돼 있다.
양전하를 띤 기포로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을 뭉치게 하고, 이 덩어리를 배에서 거둬들여 농축하는 방식이다.
하루에 최대 축구장 면적(7140㎡)의 26배인 18만5734㎡의 수에서 수심 50㎝까지의 물 9만여㎥에서 녹조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특허나 연구 논문 발표 등 최종 연구 결과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1년간 육상 방치 후 폐기 처분
개발된 녹조 제거선의 활용 상황을 환경산업기술원에 질의했으나 "연구 개발이 끝나면 별도로 관리하지는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환경부에서 녹조를 담당하는 수질수생태과 관계자들도 선박의 행방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취재 기자와 연락이 닿은 서울대 한무영 교수는 "운영 예산이 없어 2021년 내내 배를 낙동강 창녕함안보 인근 주차장에 그냥 뒀는데, 환경부에서는 민원도 발생하고 하니 연구를 진행한 쪽에서 폐기 처분하는 게 좋겠다고 2021년 말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대는 환경부의 통보에 따라 서울대에서는 해당 선박을 폐기 처분했고, 이제는 사진과 설계도만 남은 상태다.
한 교수는 2021년 8월 정년 퇴임했고,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 신분이다.
환경부에 다시 질의했으나 누가, 왜 배를 폐기하라고 결정을 내렸는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K사 측은 "연구용으로 개발한 선박의 경우 연구가 끝나면 폐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해명했다.
"대청호 등 호수에선 적용 가능"
보험료나 유류비는 말할 것도 없고, 여름철에만 작업하는데, 인건비는 1년 내내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 수위가 크게 올라가는 홍수 때마다 크레인으로 배를 육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때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미국·중국·베트남 등에 특허를 냈더니, 미국 플로리다 지역이나 베트남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며 "미국도 아직은 육상에서만 작업을 하는 수준이라서 현지에 가서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대청호 등 녹조가 발생하는 호수에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청호든, 낙동강이든 수면 전체에서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10척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실제 녹조를 효과적·경제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文 정부의 보 개방 정책과는 안 맞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았어야 옳았다.
이 연구 과제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연구 결과인 배를 폐기하도록 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라는 점에서 연구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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