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與 발목잡은 박홍근…마지막 원내대표 회동서도 '협치 불가' 선언
박홍근, 쟁점법안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 일관
'양곡법' 등 일방통행 전례 따라 '간호법·특검'
강행처리 예고…원내대표 기간 중 협치 난항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임기 종료를 이틀 앞두고도 끝내 협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본회의를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자리를 마련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정의당과 합의한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주장을 이어나갔다. 아울러 간호법 역시 정부·여당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김진표 의장 주재로 열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 "내일 본회의를 앞두고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 국회가 일찌감치 정리했어야 했던 사안과 법안이 밀리고 밀려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국민 다수가 요구하고 국회 다수가 요청한 사안들이 많은 만큼 더 이상 미루는 것이 오히려 국회가 일을 지연시키는 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내 임기를 마치면서 정리할 건 정리하면서 국회가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옳겠다"고 말하면서 향후 쟁점 법안들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동은 지난해 3월 24일 민주당의 21대 국회 세 번째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를 이틀 앞두고 열렸다. 박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28일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 선출이 완료되는 즉시 마무리된다.
박 원대대표도 이날 회동에 앞서 "내가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맡은지도 내일로 400일이 된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국회의장, 여당 원내대표와 소통하면서 지혜를 함께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날 1시간 가량 윤 원내대표와 본회의 의사일정 등 현안을 조율했지만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없이 현장을 떠났다. 여야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가 예고된 쌍특검(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별검사)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안건 및 간호법 제정안과 관련해서도 견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을 오는 27일 본회의에 상정시키고 강행처리할 방침이다. 이를 진행하기 위해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50억 클럽 특검법 신속처리안건 지정 발의서를 제출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일 본회의 의사일정과 관련해 김 의장과 박 원내대표와 논의했다"며 "아직 완전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본회의 전까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지만 실제 협상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박 원내대표의 그간 성과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을 빼앗긴 제1야당이 추진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활용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법안과 정책들을 끈기 있게 몰고 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권성동-주호영-윤재옥 등 3명의 원내대표를 거치는 기간 동안 예산안 처리 외에는 박 원내대표와 '합의'에 이른 이렇다할 법안·정책이 없었던 만큼, 거대의석을 앞세운 입법독주를 이끈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협상을 통해 당의 의견을 최대한 관철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21대 후반기 국회의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권 원내대표와 물러서지 않는 협상을 벌인 끝에 쟁점이었던 행정안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배분은 여야가 1년씩 번갈아 맡기로 절충하는 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내놓으며 법안의 일방처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23일 역대 최장 협상기한을 넘긴 2023년도 예산안 합의 당시에도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의 관철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올해 들어 박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이끌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로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양곡법 개정안 문제를 논의했지만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김 의장이 중재한 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후 표결까지 돌입해 양곡법을 국회 문턱을 넘기는데 성공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실효가 발생하진 않았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간호법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을 역시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회부 목전까지 끌고 오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 가운데 간호법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표결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협상에도 나섰지만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상임위와 국회의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에 국민의힘 측에선 박 원내대표에게서 '협치'를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박 원내대표가 갖고 있는 협치와 상생의 입장을 잘 살려서 사회발전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쟁점 법안에 대해서 원만히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다"며 "내일 본회의에서 지나친 여야 갈등과 국민을 걱정시키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린다"고 말해 박 원내대표를 향해 협치를 종용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원내대표가 바뀌더라도 이같은 일방통행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 중 한 명인 박광온 의원은 전날 열린 원내대표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민주당이 다수결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입법 독주라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다"며 "민주주의는 타협, 절충해도 끝내 안될 경우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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