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3년째 IMF 권고 미달..."우려할 수준 아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을 3년째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 체력이 저하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게 부담이다.
26일 IMF가 집계하는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ssessing Reserve AdequacyㆍAR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RA는 97%였다. 한국의 IMF ARA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1.5%, 1999년 86.4%로 권고 수준에 한참 못 미쳤지만 2000년부터 20년간 100%를 상회했다. 하지만 2020년 98.9%로 떨어지더니 2021년(99%)에 이어 3년째 권고 수준(100~150%)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IMF는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를 2020년 4480억 달러, 2021년 4677억 달러, 2022년 4362억 달러로 봤는데 실제로는 이에 못 미쳤다는 의미다.
물론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IMF ARA는 아주 많은 국가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만든 참고 지표이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한지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며 “3년간 권고 수준을 밑돌았지만 IMF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식의 언급을 한 적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1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일각에선 한미 통화스와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부진 등으로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외환보유고가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가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란 통화를 교환(swap)한다는 뜻으로,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로 필요한 만큼 돈을 교환하고 일정 기간 이후 필요에 따라 미리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있으면 달러당 원화값이 지나치게 하락했을 때 정부가 달러를 풀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미국도 물가 안정을 위해선 달러화 강세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측 제안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한미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 현재 채권국인데, (통화스와프가) 현재 우리에게 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가 계속 이런(통화스와프 체결) 얘기를 하면 밖에서 볼 때 마치 우리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까 봐 오히려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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