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리 과대평가 돼 있다"…뼈 때린 日거주 영국인

"예나 지금이나 '예술'에 가까워
다만 '맛' 이외의 제약 너무 많아"

일본은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 거주하는 한 외국인이 일본 요리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일본 온라인 매체 쿠리에 재팬은 일본에 20년 이상 거주한 영국인이 일본의 요리와 관련해 자국 주간지 스펙테이터에 기고했던 칼럼을 번역해 게재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해당 칼럼의 제목은 '삼키기 어려워…일본 요리에 대한 부당한 과대광고'로 일본 요리에 대한 한 외국인의 솔직한 감상이 담겼다.

번역돼 실린 칼럼에 따르면, 도쿄대에 출강하는 강사이자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즈 필진인 필립 패트릭은 "나는 23년간 일본에 사는 동안 길거리 음식부터 가이세키(연회용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일본 요리를 먹어봤다"며 "그 결과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일본 요리는 과대 평가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트릭은 이어 "일본 요리는 차림새가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고, 최고일 때도 있다. 하지만 맛이 없거나 별다른 것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문제는 일본인이 자국 요리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제 '맛'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국 요리는 맛이 없었던 과거, 즉 '생존용 연료'에 불과했던 때가 있었지만 일본 요리는 예나 지금이나 일정 수준 '예술'이라고 평가했다.

고급 일식은 바그너의 종합예술에 필적할 만하며, 특히 색채, 엄선된 그릇, 젓가락, 밥상, 다다미방, 시냇물 소리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각적 경험의 일부가 된다고 호평도 남겼다.

격식 따지다 맛에 집중 못 하는 일본 요리

'맛' 이외의 제약이 일본 요리에는 너무 많다고 패트릭은 지적했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맛' 이외의 제약이 일본 요리에는 너무 많다고 패트릭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식가 친구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패트릭은 "유명한 일본 라면집을 순회하는 게 취미인 친구가 어느 가게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게 주인에게 조용히 하라는 질책을 받았다"면서 "주인이 손으로 가리킨 벽에는 '대화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요리는 영양가, 전통적인 식자재 조합, 산지, 계절 등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친구의 말을 전했다.

패트릭은 "한 입도 남기지 않고, 포만감의 80%까지만 채워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이런 고집은 나름대로 훌륭하다"면서도 "때로는 순수하게 먹는 즐거움만 생각하며 먹고 싶다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통 요정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위압감을 주는데, 손님에게 오래된 전통 의식에 참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며 "이것은 내가 왜 조금 밖에 안 나오는 이 맛없는 음식들을 몇시간에 걸쳐 불편한 자세로 정좌하고 앉아서 먹어야 하는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