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일 "2050년 미국 추월하는게 '중국몽'…패권 경쟁 수십년 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앞으로 몇십 년 더 이어진다. 이런 세계 무질서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경제의 근본을 더 강화해야 한다.”
세계경제연구원(IGE)을 30년째 이끌고 있는 사공일 명예이사장의 진단은 엄혹했다. 그는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80년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복합위기(polycrisis)를 현재 맞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급망 재편, 무역ㆍ기술 보호주의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고물가 위험이 한꺼번에 세계 경제를 덮쳤다. 이런 복합위기의 바탕엔 미ㆍ중 패권 경쟁이 깔려있다.
사공 이사장은 “마오쩌둥이 공산당 정부를 수립한 게 1949년이고 2049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바로 다음 해인) 2050년 중국이 현 패권국인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전략이 바로 시진핑 정부가 표명한 ‘중국몽’”이라며 “이제 양국 간 패권 경쟁은 날로 격화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복합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국제 공조뿐”이라며 “한국은 뜻을 같이하는 다른 중간 규모 국가와 힘을 합쳐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스스로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 사공 이사장은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며 “대외 여건이 어려우면 그만큼 충격을 크게 받기 때문에 국제 정책과 국내 정책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장기화할 미ㆍ중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제 토대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이 노동ㆍ연금ㆍ교육 3대 개혁이다.
사공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개혁의 우선순위는 잘 정했지만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실행 동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여소야대로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핑계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회를 설득하려면 결국 여론이 움직여야 하는데 정부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소통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ㆍ연금ㆍ교육 개혁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려면 정부 개혁이 우선이란 지적이다.
부하 직원에 대한 신상필벌과 인사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장관에게 전권을 주고 대통령실은 거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최장수 경제수석(1983~87년)을 지낸 그는 “그때 스스로 정한 수석론이 ‘페이스리스, 보이스리스(얼굴 없는, 목소리 없는)’였다”며 “뒤에서 장관과 부처를 도와주고 서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지, 대통령실이 앞서서 하면 부처가 손을 놓게 된다”고 했다.
미국 중소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과 유럽 초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를 무너뜨린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으로 번지고 있는 금융 불안에 대해서도 사공 이사장에게 물었다.
그는 “2007~2008년 이후 주요국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많이 좋아졌고, 금융감독기관의 역할도 상당히 강화돼 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금융위기 때부터 코로나19를 전후해 유동성이 대거 공급된 상황에서 달러 빚을 많이 쓴 신흥경제국을 중심으로 지역 차원의 위기가 올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흥국의 문제의 여파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도 일차적으로 오게 돼 있다”며 “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한편 금융ㆍ외환 부문에 선제적인 대응 체제를 잘 마련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26일 IGE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정학적 도전, 기후변화 위기 그리고 세계 경제 미래’를 주제로 특별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사공일(83) 이사장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을 지낸 그는 전두환 정부 때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했고,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두 번 지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초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G20조정위원장, 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했다. 1993년 국제 경제 분야 민간 주도 ‘싱크탱크’인 IGE를 설립했고 현재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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