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제재에 맞불"…독일·핀란드 에너지기업 자산 발 묶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내 해외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는 일시 통제 명령을 26일(현지시간) 내렸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 오른 대상은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해 판매하는 독일 가스기업 유니퍼, 핀란드의 에너지 기업 포르툼 등 2개사다.
푸틴이 서명한 이번 법령은 목표를 명확히 했다.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미국과 기타 국가 등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에 긴급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따라 마련됐다는 것이다. 법령에는 “러시아 경제와 에너지 또는 기타 위협이 있는 경우 해당 국가의 러시아 내 현물과 자산을 연방정부의 임시 관리 하에 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유니퍼의 러시아 법인 유니프로의 지분 83.73%, 포르툼의 러시아 사업부 지분 98%는 러시아 연방 국유재산관리청의 임시 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연방관리청 측은 타스에 “이 법령은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래 소유자가 더 이상 경영 관련 결정을 내릴 권리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신 이들 회사가 러시아 내 자산을 매각하려면 푸틴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서방의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해외 자산 압류에 대해 푸틴이 보복성 조치를 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니퍼·포르툼의 ‘러시아 리스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월 유니퍼는 주주들에게 “러시아 내 매각 절차가 실패할 가능성을 고려해 유니프로의 지분 가치를 1유로(약 1470원)로 평가한다”고 알렸다. 위험이 예상되니 그만큼 낮게 보라는 얘기였다.
유니퍼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급기야 독일 정부는 지난해 9월 유니퍼를 국유화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유니퍼의 국유화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포르툼도 지난해 재무보고서를 통해 “극단적인 경우, 러시아의 자산 몰수가 있을 수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러시아 사업부는 17억 유로(약 2조 495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 등 다른 나라 기업으로 이번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이다. 연방관리청 관계자는 타스에 “필요한 경우 외부 관리 대상 기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러시아의 국영은행 VTB의 안드레이 코스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재로 인해) 독일에서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도 외국 회사들의 자산을 압수한 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해제할 때까지 동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해외 계좌에 있는 3000억 달러(약 401조원)를 동결시켰다. 이후 샤를 미셸 EU이사회 상임의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대러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기금으로 전환해 운용한 뒤 거둔 수익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각국 외환 보유고의 국제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반론도 EU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세계은행이 추산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은 3500억 유로(약 513조원) 정도다. 전쟁이 계속되는 만큼 재건 비용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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