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묻히기를 소원한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서울 산책로를 소개합니다. 3년에 걸친 발품 끝에 덜 알려진 장소를 전 국민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한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밤섬 건너편 합정동에는 공교롭게도 한 뿌리를 가진 종교 성지가 이웃하고 있다. 천주교절두산순교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서 있고 그 옆으로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이 자리한다. 바로 옆 당인동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한국중부발전(KOMIPO) 부지를 새롭게 꾸민 마포새빛문화숲이 있다.
▲ 양화진-절두산-코미포 산책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역, 절두산순교성지, 마포새빛문화숲 산책길. |
ⓒ 이상헌 |
언더우드 가문 3대가 안장되어 있다
▲ 언더우드가 묘비. 언더우드 가문 3대가 안장되어 있다. |
ⓒ 이상헌 |
원일한의 장남인 원한광(Horace Horton Underwood Jr.)은 연세대에서 30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길러내는데 힘을 쓰다가 2005년 귀국하여 한국을 위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동생인 원한석(Peter F. Underwood)은 대한민국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연세대 홈페이지와 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있다.
조선 독립과 한글 대중화에 헌신하다
▲ 호머 헐버트 묘비.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대한제국 특사로 활약한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
ⓒ 이상헌 |
고종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대한제국의 특사로 임명되어 1907년 헤이그 밀사 파견을 이끌어낸 장본인 이기도 하다. 헐버트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서 을사늑약이 일제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알리고자 한다. 고종의 친서를 갖고 이준, 이상설, 이위종 선생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가려 했으나 일제의 방해로 무산되고 추방당한다.
▲ 백년 전 일이라구요? 대한민국에 묻히기를 소원한 이들입니다 ⓒ 이상헌 |
대한제국 애국가를 작곡하다
독일 귀족으로 대한제국 육군 군악대를 창설한 프란츠 에케르트(Franz von Eckert, 한국명 예계로)는 우리에게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역시 3대에 걸쳐 한민족을 위해 봉사한 가문이다. 프란츠는 프로이센 왕립악단 단장으로 일하던 중 고종황제의 초청을 받아 서울에 도착했다.
헐버트가 창간한 영어 잡지 코리아 리뷰 2월호에는 "대한제국 정부는 일본에서도 20년간 활약한 바 있는 프란츠 에케르트의 공헌으로 한국인의 음악 재능과 합쳐 훌륭한 시위군악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는 기사를 냈다. 그는 대한제국 양악대를 창설하고 탑골공원에서 정기공연을 하며 대한제국 애국가를 작곡했다.
▲ 프란츠 에케르트 묘비 대한제국 애국가를 작곡한 프란츠 에케르트(Franz von Ecke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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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제자였던 백우용은 우리나라 최초의 오케스트라인 '경성음악대'를 조직하여 정기연주를 이어갔으며 이는 훗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모체가 된다. 2022년 독일 주재 한국문화원은 대한제국 애국가 제정 120주년 기념공연을 에케르트의 조국 독일에서 초연했다.
천주교인의 머리를 자른 순교성지
▲ 당산철교 노을 흥선대원군이 병인양요에 분노하여 천주교인들의 목을 베어 절두산이라 한다. |
ⓒ 이상헌 |
이후 잠두봉은 '머리를 자른 산'이라는 의미로 절두산이 되었고 100년 지난 후 천주교순교성지로 거듭난다. 이곳 박물관에서 그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성당에서는 여전히 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절두산에서 당산철교를 바라보면 그날의 핏빛 하늘처럼 붉은 노을이 진다. 순교성지를 나와 한강변을 타고 잠시 걷다보면 마포새빛문화숲 한켠에 있는 코미포(한국중부발전) 안의 에너지움을 견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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