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구루와 목민관 대화 |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본 ‘분권(分權) 시대’

2023. 4. 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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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믿어라”

■“중앙부처는 지방에 대한 통제권 내려놓고 보조적 역할로 물러서야”

■“권한 이양 후 지방이 혼란 겪고 이상한 일 생겨도 인내(忍耐)하자”

■“수도권은 질(質) 중심의 관리, 비수도권은 특성 중심 경쟁력 개발”

■“인천자유도시조성특별법 제정해 국내외 기업 투자 여건 확대”

김병준(오른쪽) 전경련 회장직무대행과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4월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장 접견실에서 분권(分權)의 과제를 논의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유정복(66) 인천광역시장은 인천 서구청장, 김포시장, 국회의원 등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다. 중앙과 지방의 정부가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는 월간중앙 ‘구루와 목민관 대화’의 대담자로 한 사람을 머리에 떠올렸다고 한다. 바로 학계에서 널리 읽히는 〈지방자치론〉의 저자 김병준(69)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이다. 김 대행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정책통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 중반 분권과 지방자치 관련 모임에서 행정학 교수와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만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월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회장 접견실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인천시라는 행정 단위를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국가의 균형과 발전 방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유 시장은 국가 의사 결정 권한의 대부분이 중앙정부에 귀속되고, 지방정부는 그저 지시에 따라 집행하는 기관으로 기능하는 오랜 관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1995년)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 요즘, 중앙과 지방의 위계는 더 고착화하면서 분권(分權)도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미룰수록 무의식은 그 문제에 더 귀속되는 법이다. 유 시장은 이번 대담에서 분권이라는 현실의 과제를 당장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해법이 가능하다는 걸 환기하고자 했다.

김 대행은 1986년부터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계의 지방자치, 지방분권 분야를 개척했다. 1995년 전국 4대 지방선거 실시 한 해 전에 펴낸 그의 〈한국지방자치론〉은 지금도 자치와 분권 이론의 바이블로 회자된다. 그는 또 정당과 중앙행정기관, 경제 단체 등에서 현실 정치의 생리와 작동방식을 체득했다. 분권에 관한 실효적인 경로와 장기적 청사진을 제안할 적임자이기도 하다. 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서로를 배척할수록 양쪽은 더 불완전해진다는 점에 유의하자고 했다.

대한민국은 16년간 지역균형발전에 14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했다.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_ “이유야 많지만 사실은 중앙집권 구조 때문이다. 연방제 국가라면 모를까 우리 같은 단일 국가에서, 그것도 행정권력, 정치권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나라에서는 수도는 비대해지고 도시는 커지게 마련이다. 국가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서울로 사람, 돈, 산업, 정보가 다 모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_ “산업화는 도시화를, 도시화는 인구 집중을 불렀다. 서울에 사람이 몰리는 건 기회(機會)가 거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취업·학교·문화·의료 등 모든 편의가 도시로 쏠렸다. 단기간 압축성장에다 중앙집권적 전통이 더해지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커졌다.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이전 등 여러 대안이 모색됐지만, 추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기회를 고루 나눠주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주의 핵심은 분권(分權)”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중앙과 지방의 비대칭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강조했다. 변화를 체감하는가?

유 시장_ “4월 6일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부산에서 열었다. 이 회의는 대통령, 국무총리, 전국 시·도지사, 국무위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의결 기관이다. 제2의 국무회의라고 하는데 위상이 국무회의 이상이다. 시·도지사들도 참여하기 때문이다. 제가 중앙지방협력회의 실무협의회 공동위원장으로 회의 안건을 조율하고 상정하는 역할을 하기에 잘 아는데, 윤 대통령은 분권과 지방자치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국식 분권을 언급한다. 외교·안보·무역, 이런 국가적 업무 외에는 모든 권한을 지방정부에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를 그저 형식적인 회의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운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최대한 정부의 정책으로 반영하고자 애쓰는 것 같다. 자치조직권, 재정권 등 중앙정부의 권한을 하나하나 지방정부로 이양하게 될 것이다.”

김 대행_ “윤 대통령은 혁명적 분권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말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그의 분권 의지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두드러진다. 취임식의 키워드로 ‘자유’를 얘기했다. UN에 가서도 자유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간 연대를 역설하기도 했다. 아주 강력한 자유주의 사상을 가진 대통령이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시장을 자유롭게 하고, 지방 권력과 시민사회를 국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 자유주의의 가장 큰 개념이 바로 지방분권이다. 야당이나 진보 진영에서는 윤 대통령을 그저 철학도, 이념도, 가치도 없는 사람으로 막 몰아붙이더라. 그들의 눈이 어두워서 못 보는 것인지, 스스로 안 보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행보는 규제완화, 지방분권 등 자유주의 철학으로 일관돼 있다. 지방분권도 그냥 시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앙 부처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한다.”


“국고보조금은 지방정부를 옭아매는 재갈”


지방분권은 ‘분산’과 ‘균형’을 요체로 한다. 그런데 그 정책의 조타수 역할을 ‘성장’과 ‘경쟁’을 중시하는 중앙정부가 한다는 건 좀 아이러니하다.

유 시장_ “우리가 단기간에 고속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효율성과 경제성을 불가피하게 중시했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행정권을 발동해 전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시절에 국력도 함께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자유권이 약화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는 숙성되기 어려웠다. 이제는 성장과 균형발전, 이 두 개의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런 역사와 조건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분권을 그처럼 강조하는 것이다.”

김 대행_ “처음엔 우리에겐 자본이 모자랐고, 있는 자원은 효율적으로 관리·활용해야만 했다. 또 앞서가는 나라를 추종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장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고, 대한민국도 달라졌다. 자원을 동원하고, 남을 모방한다고 번영을 이루는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한 이상 우리 사회 각 섹터가 알아서 먼저 움직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첨단의 맨 앞줄에 서 있다. 여기서 필요한 건 창의력, 상상력, 개인과 공동체의 활력이다. 이게 새로운 세상을 여는 힘이다. 그러자면 규제를 완화하고, 분권을 실현해서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꽃피우게 하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주민이 지자체장을 뽑는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7년에 이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했나?”

유 시장_ “저는 오랫동안 지방정부(김포시장, 인천시장 등)와 중앙정부(행정안전부 장관)에서 일했다. 본질적 측면을 짚어보고자 한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능한 중앙정부는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 중앙과 지방은 상하 관계가 아니다. 시민이나 도민이나 모두 같은 국민일 따름이다.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중앙 우월주의, 국가 우월주의가 작용하고 있다.”

김 대행_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지방으로 권한을 주는 게 맞다.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더라도 끝내 가야 할 길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지방이 수행한다는 전제에서,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분권을 실행해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분권을 추진하는 세력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시·도지사. 시장·구청장, 지방의회 의원들이 분권 운동의 구심점이 돼야 할 것이다.”

유 시장_ “과거 지자체에 가보면 같은 직급의 사무관이 국가직은 과장이고, 지방직은 계장인 경우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중앙과 지방을 그런 상하 관계로 보는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중앙 부처는 우월한 입장에서 지방정부를 통제하려 든다. 이런 게 고쳐지지 않는 이상 분권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가진 인사권, 재정권을 지방정부로 이양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고보조금 같은 경우 지방정부를 옭아매는 일종의 재갈이라면 재갈일 수 있다. 보조금도 포괄적으로 주면 되는데, 아주 잘게 쪼개서 하나하나 통제하니까 기막힌 일들이 벌어진다. 보조금 지급 등 재정권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다 보니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위축되거나 상실되고 있다.”


“일단 분권해주고 안 되면 보완책을 찾아야”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경제자유구역 (IFEZ) 등을 품은 지리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천자유도시 조성특별법’ 제정을 모색 중이다.
김 대행_ “자유주의에 큰 행동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인내(忍耐)다. 중앙정부가 행사하던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겼다고 하자. 한동안은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일 처리가 제대로 안 되기도 하고, 잘못하기도 할 것이다. 권한을 이양 받은 지방의회 의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런 것 때문에 권한 이양을 못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좋을 방향으로 발전하자면 지켜봐 주는 참을성이 요구된다. 이상한 일이 생겨도 참아주고 고쳐나가야 한다. 저는 ‘선(先) 분권 후(後) 보완’ 을 선호한다. 일단 분권을 해주고 안 되면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그게 아니고 조금 안 될 거 같다고 해서 아예 권한을 주지 않는다거나, 권한을 줬다가 조금 이상하다고 다시 가져가는 건 곤란하다.”

유 시장_ “지자체는 재정 운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보조금에 의존하게 된다. 지방 재정이 취약한 탓이다. 거듭 말하지만, 중앙정부의 획일적 잣대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 다른 까닭에 그 운용의 효율성이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런데 보조금은 중앙부처의 큰 권한이다. 이 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혁되면 중앙부처의 적지 않은 부서가 할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보조금을 중앙부처가 움켜쥐고 있다. 이는 분권주의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다. 보조금을 지방의 실정에 맞춰 분배하는 혁명적 개혁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기재부대로 나라의 곳간을 지키고,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갖고 있지 않을까?”

김 대행_ “이제 그런 발상을 바꿔야 할 때다. 물론 과거 부족한 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면 통제가 필요한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 않나. 발전의 동력은 국민 한 사람, 지역사회, 기업에서 나오는 세상이 돼버렸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통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성장의 축(軸) 개발이나 주민 보호 등의 업무는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보조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 예컨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좀 부족한 부분이나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을 조정하는 편이 전국 차원에서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유 시장_ “중앙이 지방의 위에 있다는 우월의식을 바꾸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이에 기반해 지방의 자율을 신장하고 창의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선진국들은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체의 발전을 꾀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어떤가? 지방정부는 아직 미성숙하기에 위험하다고 간주하는데, 그런 인식 자체를 버려야 한다. 우리 지방자치도 부활한 지 30년이 다 된다. 시민의식은 이미 충분히 성숙하다. 중앙정부 관료들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에 권한을 넘겨준다고 해서 지방정부나 지방의회가 파행으로 치달을까?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방만한 행정, 무책임한 의정(議政)을 펼 수는 없다.”


지방의원은 불안하다는 인식의 뿌리


지난해 7월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유정복(왼쪽) 인천시장. 유 시장은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분권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김 대행_ “지방의회 의원의 출장비, 식대, 숙박비 등과 같은 비용까지 중앙정부가 일일이 지방자치법 시행령 부칙으로 정하고 있다. 풀어주면 비싼 호텔에서 자고 사치스런 식사를 할까 봐 그렇게 한다. 만약 중앙정부의 우려대로 지방의회가 실제로 그렇게 엉망이라고 치자. 지자체나 시민단체, 언론은 가만히 있겠나? 중앙정부가 그런 규정을 만들어 놓으니까 지역 주민들은 행안부에서 알아서 할 거라며 관심의 끈을 놓아버리게 된다. 그런데 지방의회 의원들의 출장비를 중앙정부가 실효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나? 말대로 그렇게 쉽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렇게 가선 안 된다. 중앙 관료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유 시장_ “지방의회 의원이나 국회의원이나 똑같은 선출직이다. 저도 국회의원을 해봤지만 국회의원이 하는 것은 괜찮고. 시·도의원이 하는 것은 불안하다는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는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와 중앙정부의 관료층, 즉 비선출직 공직자는 목표가 다를 수 있다. 대통령이야 그렇다 해도 다른 선출직 공직자들은 ‘표’를 의식하고, 중앙의 관료들은 승진과 인사(人事)에 목맨다는 평가가 있다. 선출직 공직자의 지휘방침을 비선출직 관료들이 흔쾌히 이행할 수 있나?

유 시장_ “제가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실무협의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어 회의의 안건을 사전에 검토, 협의한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각종 안건에 안전장치를 두려고 한다. 신중을 기하자는 좋은 뜻으로 이해하지만, 나쁘게 보자면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분권 강화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속도감 있게 이뤄지리라 믿는다.”

김 대행_ “이게 한계도 있다. 어떤 일은 법을 바꿔야 이뤄진다. 알다시피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에서 법 개정 자체가 안 되거나, 되더라도 시간을 너무 오래 잡아먹는다. 중앙정부 관료들은 그들대로 과감하게 나서지 않는다. 나중에 자기가 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료들 사이에는 이런 문화가 있다. 어떤 회의에 참석해 자기 부서 관할의 권한을 하나 내주면 마치 패배하고 돌아온 사람 취급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


윤 대통령이 중앙 관료들에게 언성 높인 이유


김병준(왼쪽) 전경련 회장직무대행과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지역균형발전이 수도권 삶의 질을 떨어뜨려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에 그런 일이 벌어지던가?

김 대행_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을 할 때 피부로 그걸 느꼈다. 지방 회생 차원에서 신설될 ‘기회자유특구’에 가는 기업의 법인세를 완화 또는 면제해주자고 했더니 당장 기재부 관료가 ‘이건 못한다’고 반발하더라. 그때는 인수위 힘이 가장 셀 때이고, 저는 윤 대통령과 좀 각별한 관계에 있는 위원장인데도 그렇게 나오더라. 그래서 제가 역정도 내고 설득도 했다. 인구가 급감하면서 소멸 위기로 가는 지방을 이렇게라도 살리고자 애쓰는데 기재부는 어떤 근거로 버티느냐고 물어봤다. 특별한 논리나 근거도 없이 안 된다고만 하더라. 법인세를 양보하고 돌아가면 기재부에서 핀잔을 들을까 봐 그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 조문화 과정도 그랬다. 이 법에 관련된 기회자유특구에 법인세 완화 조항을 넣는 문제를 기재부가 끝까지 반대하자 나중에는 윤 대통령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분위기가 그렇다.”

윤 대통령은 중앙정부 관료층을 충분히 장악하고 견인하고 있나?

김 대행_ “지금 윤 대통령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본다. 힘겨루기할 때는 자기가 원하는 쪽의 사람들이 좀 힘을 더 내도록 균형을 맞춰주는 게 필요하다. 그게 바로 중앙지방협력회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출직이라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장관들은 임명직이다.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다. 지금은 이렇게 지방과 중앙 간의 힘의 균형을 잡아가면서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상황이 이렇다. 분권과 지방자치 문제는 중앙지방협력회의나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달라진다.”

유 시장_ “지금은 중앙 부처 단위에서 분야별로 국가사업을 기획하다 보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일 방향 지시에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인천은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인천공항을 운용한다. 이 공항을 활용해 경제를 일으키면 그게 국가발전 아닌가. 하지만 인천은 수도권으로 묶여 법과 제도상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인천의 지리적 이점과 인프라를 살린 가칭 ‘인천자유도시조성특별법’을 제정해 국내 외 기업들의 투자여건을 새로이 조성할 참이다. 시·도의 특성을 살리고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계획안을 지방정부가 제안하면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했으면 한다.”

김 대행_ “수도권에도 필요한 기능은 살려줘야 한다. 인천의 경우, 인천공항 같은 시설을 잘 살려서 산업을 일으키도록 돕는 게 맞다. 참여정부 시절 균형발전을 무엇보다 중시한 노무현 대통령도 경기도 파주에 LG필립스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오는 걸 결국 승인했다.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경북 구미나 비수도권으로 가자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곳에서 인력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당장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공급할 수 있는 입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비수도권, 인구 소멸 지역은 그 지역 여건에 맞는 대책이 있어야 하지 무조건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이다. 지역균형발전은 그 지역 고유한 특성을 살려 그 나름대로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수도권 규제 받으며 인구 감소하는 지자체들


유 시장_ “정책과 법령의 혼선으로 지자체가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인천시의 강화군, 옹진군은 서로 모순된 법령의 적용을 받아 지역 발전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강화·옹진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수도권’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대규모 개발사업과 대학·공장 입지가 제한되며 세제 혜택도 배제된다. 반면, 행안부는 강화·옹진·가평·연천군을 인구 감소 지역으로 고시해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한다고 한다. 강화·옹진군이 비수도권보다 더 낙후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런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자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고쳐, 이들 지역을 수도권에서 제외해야 한다. 수도권이라 해서 획일적인 울타리를 쳐놓고 규제하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 선택이라고 하겠는가.”

최근 경기 김포골드라인(양촌~김포공항 도시철도)은 혼잡이 극에 달해 승객들의 고충이 크다. 인천 역시 곳곳에 신도시가 들어서는데 교통 등 SOC는 제대로 준비되고 있나?

유 시장_ “전국 특별시, 광역시 중에서 인천은 인구가 증가하는 축에 든다. 그에 따라 행정 수요도 늘어나고 있으며 수요에 걸맞은 공급망을 갖추고자 한다. 마음 같아서는 미래 수요까지 반영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을 따지고, 비용 부담도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마음먹은 대로 규모를 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도권 광역단위라는 보다 큰 시각에서 광역지자체들이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가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김 대행_ “지역균형발전이라고 해서 수도권에 아무 것도 해주지 말자는 게 아니다. 수도권에도 사람이 산다. 교통시설, 상하수도 시설을 제한하라고 할 순 없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질(質) 중심의 도시 관리를 하게 해주고, 비수도권 인구 소멸 지역은 그 나름의 경쟁력을 가진 뭔가가 있을 것이고 그걸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그게 안 보이기에 그에 관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주자는 것이다. 지자체에 교육에 관한 권한이 있나, 대학에 관한 권한이 있나. 아무것도 없다. 인력을 키울 권한이 없는데 산업을 또 어떻게 유치하라는 말인가. 지방정부에 교육에 관한 권한, 재정 운영에 관한 권한을 과감하게 넘겨 시·도지사들이 열심히 하게 해서 자기 것을 찾게 해야 한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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