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탈당' 민형배, 지도부 요청으로 복당…당내선 "오물 뒤집어쓴 느낌"
박홍근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 동참"
"헌재의 절차상 문제 지적은 수용"
일각서 "기가 막혀" "반헌법적" 지적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26일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를 위해 탈당해 이른바 '꼼수 탈당', '위장 탈당' 논란이 제기된지 1년 만이다.
헌법재판소가 법안 통과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민주당은 여당이 자초한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복당 반대 목소리가 나왔던 만큼,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 의원 복당을 의결했다. 민 의원의 신청에 따른 게 아닌 당의 요청으로 인한 '특별 복당' 형식이다. 민 의원이 탈당 경력으로 인해 내년 총선 공천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이러한 형식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민 의원은 당의 요구에 따라 당원자격심사를 통해 복당이 허용된 것"이라며 "최고위 내에서도 반대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의 복당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오는 28일로 임기를 마치는 박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입법을 위해 민 의원이 탈당을 감수해 준 만큼, 복당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 의원 복당에 대한 박 원내대표의 의지가 상당했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 무조건 마무리 짓고 가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이 이미 나온만큼 민주당은 헌재에서 지적된 부정한 점을 아프게 새기면서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1년 전인 지난해 4월 20일 검수완박 법안 처리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 보임을 위해 민주당에서 탈당했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이에 민주당이 우군을 늘리기 위해 꼼수를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헌재는 지난달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민 의원이 탈당한 뒤 법사위 안건조정위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심사권을 제한해 문제가 있다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국민의힘이 합의를 뒤집었기 때문에 민 의원의 위장 탈당과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당 지도부와 민 의원이 탈당 과정에서 '교감'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듯 '민 의원의 소신'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이런 일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받은 것도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법안이 유효하다고 판결된 점은 마땅하지만, 안건조정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결과적으로 여당 법사위원들의 심사권에 제한이 가해졌다는 다수 헌법재판관의 판단에 대해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거듭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여야가 직접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끝까지 협상한 끝에,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를 거쳐 각 당의 의원총회 추인까지 거친 것이었다"라며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실 등이 갑자기 반대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이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뒤집는 유례없는 집권세력의 몽니에 불가피하게 민 의원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민 의원의 탈당 및 복당 문제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섣부르게 결정했다는 비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돈봉투 의혹'으로 당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부정 여론이 여전한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당장 비명(비이재명)계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의회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형해화시켰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당 결정을 했다니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라며 "돈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가 막힐 일"이라고도 했다.
마찬가지로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민 의원 복당 결정 전 이미 "국민이 지금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응시하고 있다. 그 응시에 국민의 시선으로 화답해야 한다"며 "모든 일이 때가 있는 법이다. 경우에 맞지 않는 태도는 결국 우리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민 의원의 복당은 반헌법적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에서 활동하는 광산시민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 최고위의 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훼손"이라며 "민주당과 민 의원의 행동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번 복당 결정은 다시 한번 민 의원 행위가 꼼수탈당이자 위장탈당이었음을 자인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과 묶어 부도덕성을 강조하며 공세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수렁에 빠져있는 사이 민 의원 복당이라는 폭탄을 하나 더 던졌다"며 "이런 식이면 중대 선언인 것처럼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도 얼마 안 있어서 복당한다는 소식이 들리겠구나 싶다"고 비꼬았다.
강사빈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집을 나가서 동네를 휘저으며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사과 한마디 없이 귀가하는데 이를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격"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도 내놓지 못하고 당연한 듯 복당시키며 추악하고 뻔뻔한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2020년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돼 제명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무소속 김홍걸 의원의 복당도 추진키로 했다. 다만 민 의원과 달리 김 의원은 제명 처분을 받은 것이라, 추후 당무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야 복당이 확정된다. 김 의원까지 복당하면 민주당의 의석수는 169석에서 171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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