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직면" 세균 폭탄전 공포 속…"우리만 남았다" 수단 절규
미국의 중재로 24일(현지시간) 자정부터 72시간 휴전에 합의했던 수단의 양 군벌이 반나절만에 총격전을 재개하면서 휴전이 사실상 결렬됐다. 특히 수도 하르툼에 위치한 국립 공중보건연구소가 한 측에 점령 당하면서 이번 사태가 생물학전 재앙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가디언 등은 휴전이 발효된 이날 오전 전투기 공습으로 하르툼에서 옴두르만시까지 최소 한 개의 폭탄이 민간인 주택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오후엔 도심의 한 개인병원이 대공 로켓에 맞아 13명이 다쳤다. 무력 충돌은 하르툼 북부 지역까지 번진 상태다.
콜레라 등 대량 병원체 "반군 장악"
양 군벌은 서로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전투가 다시 수단 전역을 뒤덮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수단의 이웃 나라인 차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무장 괴한들이 수단 접경 지역으로 결집하고 있다며 “차드 민병대가 수단의 반군인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편에 서서 이번 분쟁에 합류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니마 사이드 아비드 세계보건기구(WHO) 수단 주재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 기자단과의 화상 통화에서 “군벌 중 한쪽이 국립 공중보건연구소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소는 소아마비·홍역·콜레라 병원체 등 위험 물질을 다량 보유한 곳이다. 아비드 대표는 “(이번 충돌이) 생물학전으로 비화할 엄청난 위험에 직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연구소를 점령한 부대가 RSF라고 고위 의료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현재 연구소 시설은 정전된 상태다. 숙련된 전문가들의 접근도 차단됐다. CNN은 “이곳에서 군벌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실험실 자체가 엄청난 세균 폭탄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재앙에 직면한 상태고, 이곳을 군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시급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물·식량 끊겨…"시체 매장 허락해달라"
분쟁 11일째인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는 식량·물·의약품·연료가 고갈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상점은 텅텅 비었고, 식품 창고는 수차례 약탈당했다”고 전했다. 열흘 넘게 단수되자, 수단 시민들은 우물 물을 떠다 마시고 있다.
유엔의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인구 4600만 명 중 3분의 1이 식량 원조에 의존하는 국가인 수단에 식량 배급이 끊김에 따라, 인도주의적 위기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거리엔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수단 민간인 정치연대 ‘자유와 변화 세력(FFC)’의 야시르 아르만은 “휴전 기간에 시체 매장을 허락해달라”고 두 군벌에 호소하고 있다. WHO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발한 분쟁으로 수단에서 최소 459명이 사망하고 4072명이 다쳤다.
각국, 자국민 구출…수단인 "우리만 버렸다"
한편 미국·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 등 세계 각국은 휴전 발효 직후, 수단에 체류 중인 자국민 구출 작전에 본격 돌입했다. 미국 백악관은 1만6000명의 미국 민간인 대피를 위해 수단 항구에 미군 파견을 검토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 군함 3척도 수단 연안으로 이동 중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휴전 직후 각각 500명 이상의 자국민을 국외로 빼냈다. 스위스 정부는 100명에 달하는 수단 잔류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도 자국민 대다수가 수단을 빠져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유엔은 현지에서 활동해온 관계 기관과 구호단체 관계자 등 700여 명을 육로를 통해 포트수단으로 이동시켰다.
분쟁 발발 이후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와 세계식량계획(WFP)의 구호 요원이 최소 5명 사망했다. 수단계 미국인 의사 등 최소 1명의 미국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집트는 자국민 철수 와중에 주(駐) 수단 대사관의 행정담당 주재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이 속속 탈출하자 수단인들은 “또다시 우리만 버림받았다”고 원망하고 있다. 수단 현지인인 수마야 야신(27)은 로이터통신에 “왜 전쟁이 나면 수단인들만 남겨두는 거냐”며 “외국 세력은 모두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하르툼 주민은 “외국인들이 떠나면, 수단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들어 군벌이 민간인을 더 심하게 학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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