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發 불가피한 매입 나선 이들…“취득·재산세 감면 절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오피스텔 임차인이었던 문모씨(48)는 지난 7일 소유권 이전을 통해 집주인이 됐다. 일견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듯 보이지만 문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동탄신도시 일대에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자인 그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입이란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가 오피스텔을 매입하며 입은 피해는 3000만원에 육박한다. 1억5000만원 시세의 오피스텔은 역전세 상태일 뿐만 아니라 취득세 4.6%와 각종 행정 처리 비용까지 발생했다. 오피스텔 전세 보증금은 1억6800만원으로 시세와 1800만원 차이가 났다, 여기에 취득세 800만원에 더해 법무사비, 복비 등을 합한 비용 900만원도 문씨가 부담했다. 문씨는 “저도 피해자지만 국가에서 사기 당한 사람에게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가 취득세나 행정처리 비용 등 부가적인 비용에서의 도움만큼은 꼭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탄신도시 일대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며, 일부 피해자들이 취득세 등 세금 감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불가피한 소유권 이전이기 때문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화성 동탄과 수원·오산 등 일대에 오피스텔과 주택 등 250여 채를 보유한 박모씨 부부가 파산 신청을 한데 이어 오피스텔 등 43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또다른 임대인 지모씨까지 파산하면서, 동탄신도시 일대 전세사기 피해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경찰에 접수된 동탄 일대 전세사기 피해신고는 94건이다. 지난 19일 58건이 신고됐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감수하고 거주 주택을 서둘러 경매에서 낙찰받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찰을 통해 가격이 시세보다 낮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일명 '꾼'들이 경매에 들어와 물건을 쓸어가고 정작 피해자들이 낙찰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도 여론에 발 맞춰 취득세 감면 등 대책 논의에 나서고 있다. 당정대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의회를 열고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한시법으로 지난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로 야기된 재난 수준의 전세사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라고 설명했다.
특별법에는 ‘피해 임차인에 우선매수권 부여’와 ‘우선매수권 행사 시 세금 감면 및 장기 저금리 대출 지원’, ‘LH 매입임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피해에 우선매수권이 도입되면 전세사기를 당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자가 최고가 입찰자가 써낸 금액으로 우선 매입할 권리를 갖게 된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매입에 나설 시 취득세 등을 감면해주고 장기저리대출까지 지원해준다는 계획이다.
취득세와 함께 향후 재산세 감면을 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다른 피해자 강모씨(30)는 “오피스텔을 매입할 의도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반강제적으로 매입을 하게됐다. 향후 재산세 감면 방안도 함께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가 오피스텔을 매입하며 받은 피해액은 3750만원에 이른다. 임대차 계약 당시 전세 보증금은 1억3500만원이었지만, 현재 매매 시세는 1억500만원에 그친다. 취득세와 각종 행정 처리 비용으로는 750만원 가량이 발생했다. 여기에 원하지 않은 부동산 매입으로 발생할 재산세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계속 커지는 것이다. 또 새로운 부동산 구입으로 종합부동산세 기준인 6억원을 넘기게 되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공인중개사 김모씨(37)도 “향후 정부에서 전세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 개선에 나서겠지만 당장 피해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해보인다”며 “주택 매매시 취득세와 향후 재산세 등 부대비용도 적지 않은 부담을 차지한다. 이런 비용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영석 법무법인 와이케이 변호사는 “문제가 공론화 된 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세금 감면 관련 논의가 나오고 있다. 민감한 부분인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리적으로 다른 조세 납부 의무자와의 형평성이 있을지, 앞으로 나올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감면 조치를 해줄 수 있을지 등을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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