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내일도 중국 뉴스를 쓸 예정입니다

김동표 2023. 4. 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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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라면, 단 하루도 중국 소식으로부터 벗어나긴 쉽지 않다.

일단 중국 관련 뉴스는 재미가 있다.

다만 가십성 중국 뉴스가 매일 생산되고 소비되는 현상을 단박에 뿌리뽑기는 쉽지 않다.

희한한 국내 뉴스인 줄 알고 눌렀다가 알고 보니 중국 소식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분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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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라면, 단 하루도 중국 소식으로부터 벗어나긴 쉽지 않다. 엽기적이고 황당한 소재가 제목으로 잡힌 경우, 중국발 소식인 경우가 많다는 건 누구나 누적된 경험으로 알고 있다.

포털 댓글란에는 반드시 올라오는 유형의 반응이 있다. "중국 소식 안 궁금하다구요.(real***)" "중국 기사는 왜 자꾸 내보내나?? 진짜 그만 올려라!(yell****)" 지난주와 이번 주, 본지의 중국 관련 온라인 기사에 달린 베스트(순공감수 최다) 댓글이다. 그저 "쓰지 말라"고 욕하는 정도면 양반이다. 때로는 "기자가 조선족이라 그렇다"며 인신공격도 받는다.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향한 ‘비공감’ 버튼을 눌러보지만, 그 옆에 달린 수십, 수백 개의 ‘공감’ 버튼 앞에서 필자가 누른 ‘1’은 초라하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중국 뉴스를 ‘누가 쓰라고 칼 들고 협박(누칼협)’하는 건 아니다. 중국 뉴스를 쓰는 기자들이 조선족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왜 포털엔 중국 관련 뉴스가 많을까.

일단 중국 관련 뉴스는 재미가 있다. 14억 인구가 상호작용하며 실시간으로 생성해내는 에피소드 개수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 못지않은 인터넷 강국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발하다. 특정 SNS를 사용하는 이용자 수가 수억 명 단위이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든 쉽게 확산한다. 조금이라도 재미있으면 바로 이슈가 되는 환경이다.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그러한 이슈는 ‘대륙의 기상’으로 변형돼 쉽게 전파된다.

또한 사람은 무릇 먼 나라보다, 바로 옆 이웃 나라에 더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13~18일 전국 20~30세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20·30세대는 "북한보다 중국이 더 싫다"고 답했다. 대개의 한국민은 중국에 대해 좋든 싫든 어떤 식으로든 감정이 있다. 이웃이 잘났는지 못났는지, 소식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보편적 사실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중국 뉴스를 왜 쓰냐’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많은 공감을 받은 위 댓글들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베스트 공감을 받게 한 일등 공신은 굳이 클릭하고, 시간을 들여 기사를 읽어준 열성 독자다.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읽게 만드는 힘, 그게 중국 기사의 매력(?)인 셈이다.

소비자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급자의 문제를 은폐하려는 건 아니다. 공급자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클릭 수, 조회 수에 목을 맨 언론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가십성 중국 뉴스가 매일 생산되고 소비되는 현상을 단박에 뿌리뽑기는 쉽지 않다. 이는 장기적 과제다.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시작해도 된다. 해당 기사가 중국 관련이라는 정보를 뺀 ‘제목 낚시’야말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나쁜 관행이 아닐까. 희한한 국내 뉴스인 줄 알고 눌렀다가 알고 보니 중국 소식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분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제목에 ‘중국’이란 두 글자를 꼭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중국 소식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독자를 위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중국만이 아니라 외국에서 일어난 기상천외한 일을 국내의 일처럼 둔갑해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고 속이는 행위는 적어도 하지 않겠다고 독자 여러분께 약속해본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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