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깜깜 운영에 우려 목소리
기부자 공감 이끌어내야 하는데…전략 부족
광주광역시 동구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자체 간 기부금 확보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재정 운영의 정보를 제공해 시민의 자치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뿌리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구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재정 확충 등을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개인이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 1인당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기부자는 10만원까지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기부금의 30%를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금 실적은 동구가 과열 경쟁을 이유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전체 모금액을 공개하고, 이 재원을 바탕으로 교육·복지 등 사업 추진 계획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부자도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고, 성숙한 기부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원형인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는 기부자가 답례품뿐만 아니라 ▲마을 만들기·시민 활동 ▲스포츠·문화진흥 ▲건강·의료·복지 ▲환경·위생 등 분야를 선택할 수 있어 주도적인 참여 의식을 고양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는 '크라우드 펀딩형'으로 진행, 기금 사업의 의미가 커졌다. 기부 모집 기간을 설정하고 달성률(%)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의미나 관련 인물의 인터뷰 내용까지 실려 흥미와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일본 니가타현 쓰바메시는 2020년 '코로나19 대책으로 고향쓰바메를 지키기 위한 11개의 경제대책에 지원해주세요'라는 사업명으로 약 197억원 목표 금액을 제시했고, 결과는 목표치를 초과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오카야마현 기비추오정의 '쌀 농가 응원사업'을 비롯해 ▲홋카이도 다이키정, '우주의 마을의 로켓개발 프로젝트' ▲시가현 오미하치만시, '오미우의 생산 농가의 미래를 지키고 싶다' 등 사업들도 모두 목표 금액을 훌쩍 넘겨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박지호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아직까지 고향사랑기부제를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며 "정책 시행 초기부터 모금액 규모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전략적으로 어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실적을 냈다는 식의 홍보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어떻게 쓰겠다는 구상까지 알려 기부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게 성공의 키"라고 짚었다.
조재욱 경남대 교수도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 모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간다. 시민들은 이를 보며 자선 의지를 키우기도 한다"며 "마찬가지로 고향사랑기부제의 모금액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적극적인 참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문가 의견과 달리 동구가 실적을 감추고 있는 것은 사실 초라한 성적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의중이 깔린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동구의 월 평균 기부건수는 수십건, 1인당 평균 기부금액도 수십만원에 그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최근 하락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실적이 미비할수록 기부금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리는 관점의 전환도 필요하다"며 "제도의 도입 배경도 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로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내년 2월이면 기부금 접수 및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과열 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안으로 고향사랑기부금을 바탕으로 한 기금 사업 로드맵을 언론 등 다각적 채널을 통해 홍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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