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 3.3조 투자의 그림자

임혜선 2023. 4. 26. 12: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콘텐츠에 4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비를 전액 투자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한다.

넷플릭스는 투자 발표 이후 윤 대통령 소재로 기업 홍보에 나섰다.

결국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윤 대통령'도, '한국 콘텐츠 기업'도 아닌 '넷플릭스'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에 4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첫날, 넷플릭스는 돈 보따리를 풀었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수출 마케팅에 직접 나선 성과라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환영한다고 화답했지만, 이 투자 소식에 마냥 기뻐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통신업계의 숙원 과제인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넷플릭스·구글 등을 만난다는 소식에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와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망 사용료를 놓고 수년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지만 망 이용 대가 지급을 회피해 ‘무임승차’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망사용료 논의에 앞장서왔다. 통신사와 넷플릭스 간 세기의 재판을 벌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가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때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망사용료법’도 발의했다. 하지만 깜짝 투자 발표로 통신사들의 ‘제값 받기’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투자 규모도 성과라고 내세우기엔 다소 아쉽다. 넷플릭스는 최근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투자액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투자액은 8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냥 올해처럼 4년간 투자하면 3조2000억원이다. ‘3조3000억원’이 파격적인 숫자는 아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수익 창출 효과도 적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비를 전액 투자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한다. 콘텐츠가 흥행하더라도 제작사는 일정 수익 이상을 받을 수 없다.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커지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넷플릭스는 투자 발표 이후 윤 대통령 소재로 기업 홍보에 나섰다. 한국 대통령을 앞세운 넷플릭스의 최고의 홍보 전략이었다는 씁쓸한 뒷말도 나온다. 결국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윤 대통령’도, ‘한국 콘텐츠 기업’도 아닌 ‘넷플릭스’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