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영업이익 급감에도 R&D 투자는 오히려 늘렸다
국내 대기업이 지난해 경기 둔화로 순이익이 27% 이상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는 8조4000억원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R&D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은 삼성전자였다.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R&D 투자가 집중된 가운데 삼성SDI와 카카오 등은 지난해 처음으로 R&D 투자비용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3년 연속 사업보고서를 통해 연구개발 활동을 공시한 기업 231곳(금융사 제외)의 연구개발비와 실적을 비교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68조4115억원으로 전년보다 14%(8조404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3조6785억원, 순이익은 106조157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5.4%, 27.1%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수출 감소로 국내 대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미래 성장산업을 위한 R&D 투자는 늘린 셈이다.
지난해 R&D 투자액이 증가한 기업은 231곳 중 173곳(74.9%)이다. 투자 규모를 줄인 기업은 58곳(25.1%)에 불과했다.
R&D 투자액 상위 10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기아, 네이버, LG화학, 현대모비스, 삼성SDI였다. 이들 기업은 최근 3년 연속 R&D 투자 상위 10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위 10곳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총 47조8447억원으로, 전체 조사 대상 기업 투자액의 약 70%에 달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R&D에 24조9292억원을 투자, 전체의 36.4%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6% 감소했지만, R&D 투자액은 오히려 10.3% 늘렸다.
SK하이닉스도 어려운 업황 속에서 전년보다 21.3% 늘어난 4조9053억원을 투자했다.
LG전자 4조370억원(12.0%↑), 현대차 3조3406억원(7.8%↑), LG디스플레이 2조4316억원(14.3%↑), 기아 2조1630억원(15.6%↑), 네이버 1조8091억원(9.3%↑) 등의 순으로 R&D 투자액이 많았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이 컸던 기업은 넷마블(32.1%), 네이버(22.0%), 크래프톤(21.8%), 엔씨소프트(18.4%), 셀트리온(18.1%) 등의 순으로, 주로 서비스·게임, 제약·바이오 등 고성장 분야 기업이었다.
이 중 네이버와 넷마블은 3년 연속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이 20%를 넘겼다. 특히 넷마블은 전년보다 연구개발비를 50% 이상 늘리며 매출의 3분의 1을 R&D에 투자했다. 카카오(1조213억원)는 R&D 투자액을 2021년 7645억원에서 33.6% 늘리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40조8008억원), 자동차·부품(8조9542억원), 서비스(5조3145억원), 석유화학(3조8285억원), 조선·기계·설비(2조5542억원) 등의 순으로 R&D 투자액이 높게 나타났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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