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기업이 美서 제소당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시대

2023. 4. 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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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진출하는만큼 제소 사례 늘어
결과 따라 회사 운명 크게 갈려
실질적 리스크 점검해 대비해야

2019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에 제소했고, 메디톡스도 같은 해 대웅제약이 보톨리늄 균주 및 제조공정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미국 기업으로부터 ITC에 제소당해 최근 수년간 특허침해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미국 ITC를 이용한 지식재산권 분쟁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우리나라 기업 간 분쟁이 타국인 미국의 ITC를 무대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관할의 유연성과 강력한 구제 조치, 법원 소송에 비해 신속한 절차 진행이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ITC는 미국의 준사법 독립 연방 기관으로, 미국 관세법 제337조에 따라 미국으로의 물품 수입 또는 수입된 물품의 미국 내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한 경쟁방법’ 또는 ‘지식재산권의 침해’ 여부를 조사할 수 있고, 조사 결과 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당해 물품의 수입금지 명령 또는 침해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ITC가 이런 강력한 행정명령 권한을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도 천문학적인 미국 소송비용을 감수하고도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ITC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ITC의 또 다른 유용성은 ‘디스커버리(Discovery)’절차를 통한 증거 확보의 편의성이다. ITC는 물론 미국 소송에서도 이뤄지는‘디스커버리’절차는 당사자들이 증거 보존이나 증거 개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강력한 금전적, 비금전적 제재를 받는다. 비금전적 제재는 자백 간주, 불응 당사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등이 있으며 조기 패소판결도 포함된다. 전자증거개시제도인 ‘이디스커버리(E-Discovery)’제도까지 도입돼 당사자들은 이메일과 같은 전자적 자료를 보존할 의무도 지게 됐다.

빠른 절차도 큰 장점이다. 미국 법원 소송은 제소부터 첫 심리까지 평균 2.5년이 걸리지만, ITC는 대체로 15개월 안에 조사가 끝나며 배심원이 없어 전문가에 의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ITC의 최종 심결이 있으면 60일 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60일 경과 시 ITC의 최종 심결이 종국결정이 된다.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최종 심결일 또는 대통령의 검토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원에 불복할 수 있다.

그 외 ITC는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또는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와 관련해 외국 물품의 수입으로 인해 ‘미국 내 산업’에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권한도 가지고 있다. 근래 들어 ITC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위와 같은 수입 피해(import injury) 조사를 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한국 기업이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조사받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의 소관 사항이다. LCD 패널 가격 담합 사건, 항공 화물 운임 담합사건, DRAM 가격 담합 사건, 군납 유류 사건 등이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 사건들이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해당 기업은 연방지방법원에 법 위반행위의 중지 명령을 구하는 민사소송이나 형사재판을 위한 기소를 당할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또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의 수도 증가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ITC, FTC와 같은 준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미국 법원에 제소당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소송 결과는 한국 기업의 주요 시장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사업 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등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미국 소송절차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실질적 경험이 별로 없다. 따라서 미국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미국 사법절차에 관련된 실질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이제 기업의 법률리스크가 국경을 넘어서까지 발생하는 시대가 됐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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