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노동자니까 아파도 참으라고?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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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병가나 연차휴가 등 ‘아플 때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 셔터스톡 |
인터넷 채용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1주일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를 찾는 공고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초단시간 노동은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멀티플렉스 극장, 카페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곳곳에서 활용된다. 최근에는 각종 행사 스태프, 비대면 시험 감독, 목소리 녹음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볼 수 있다.
초단시간 노동이 증가하는 구조적 요인은 무엇보다 민간 서비스업의 증가(프랜차이즈 가맹 확대 포함)와 공공 행정기관의 일자리 사업, 그리고 빈곤 고령층의 노동시장 유입 등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자본의 유연성 선호 때문이다. 초단시간 노동의 특징은 작은 사업장과 취약층(여성, 고령, 청년)의 집중화로 나타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노동시간 구조의 편성 차원에서 보면 40~48시간(130만 명)과 52시간 이상 장시간(98만 6000명) 노동자 규모보다 15시간 미만 초단시간(185만 명) 노동자 규모가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초단시간 노동자 3분의 2는 기간제와 유사하게 주 3∼4일 일하고 있지만 5명 중 1명은 불규칙한 노동(야간 11.1%, 주야간 교대제 5.4%, 미정 9.3%)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일할 권리와 함께 보장받아야 할 병가나 연차휴가 등 '아플 때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팠을 때 주위에 돌봐줄 사람이 부족하거나 없으며(45.5%) 공식 병가가 없다(52%). 아파도 출근한 경험, 즉 '프리젠티즘(presenteeism)' 비율은 44.9%로 전체 임금노동자 15.5%의 3배 가까이 된다. 또한 주관적 건강상태 만족 비율은 25.1%로 전체 임금노동자 71.8%에 비해 현저히 낮고, 6개월 이상 지속적인 질병을 경험한 비율은 20.7%에 이른다.(전체 임금노동자는 8.3%)
유급병가를 적용받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46.4%로 절반이 채 안 된다. 짧은 시간 일하기 때문에 휴가제도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초단시간 노동자들에게 납득되지 않는 제도다. 계약서보다 실노동시간이 더 길거나, 업무강도가 지나치게 과도한 경우 얼마든지 산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들은 아파서 일을 쉬면 임금을 받지 못하기에 "몸이 아파 며칠 쉬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다. 코로나19 감염과 같은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일을 쉴 뿐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아파도 일한 이유는 구조적 문제였다. 실태조사에서 이들은 병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대체 인력이 없어서'라거나 '소득 감소를 우려해서'라고 대답했다.
▲ 정부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에서 고령자와 초단시간 노동자 등을 제외했다. |
ⓒ 셔터스톡 |
정부는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하반기부터 3년 동안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한계와 함께 소극 행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재정 문제와 적용 대상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초기 검토 단계부터 적용 대상(고령자, 초단시간 등 제외)과 소득 기준(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등), 대기 기간(14일)을 협소하게 설정했다. 지난 15년 사이 고령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 노동자가 가장 많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상병수당 적용에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확진) 시 적용 문제를 향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시범사업 기간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상병수당 적용자는 1.5%(46건)에 불과하다. 이는 상병수당 논의 초기부터 쟁점이었던 '대기기간'의 설정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부터 국제노동기구(ILO)의 102호 최저기준협약(1952년)과 상병급여 130호 협약 및 권고 134호(1969년) 상병급여 정책 방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이다. 정부가 시범사업과 법 제도를 추진하면서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예산을 고려하는 등 '정책의 경로 의존성'이 근본 원인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상병수당 사업 모형에서 적용 대상을 초단시간 노동자와 고령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득 기준을 상향하고, 지급액을 최저임금 100%로 증액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참고로 스웨덴과 프랑스는 실업자도 포함하고 있으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65세 이상 고령자도 포함한다.
▲ 김종진 /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
ⓒ 김종진 |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종진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불안정 노동, 노동시간, 감정노동, 정의로운 전환 등 다양한 노동과 청년 문제를 정책화하고 실천적으로 사회 의제화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 전문위원, 한국산업노동학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 부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플랫폼노동산업위 공익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숨을 참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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