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 적자' SK하이닉스 "메모리 안정될 때까지 감산…3분기 개선 기대"(종합)
감산 노력 불구, 1Q 재고평가손 1조원·차입금도 증가
DDR5/LPDDR5, HBM3 등 주력제품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선도 노력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3조4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도체 판매 급감·가격 약세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한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재고는 더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수적 생산을 지속하는 한편 필수 부문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26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영업손실률 67%), 순손실 2조5855억원(순손실률 51%)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견줘 58.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위축, 계절적 비수기, 고객사 재고 조정 등이 맞물리며 판매 감소·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계가 겪는 수급·재고 수준은 정도와 규모 면에서 과거 어떤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D램도 1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고 낸드 적자폭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객사 재고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으나 일부 응용 고객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경기에 민감한 고객은 긍정적인 시그널 감지 전까지 보수적 구매 기조로 낮은 재고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품목별로 보면 D램 비트그로스(B/G, 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는 전분기 대비 20%, 낸드는 10% 중반 감소했다. 가격 약세로 평균판매단가(ASP) 역시 D램은 10% 후반, 낸드는 10% 가량 하락했다.
특히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사업부인 솔리다임 인수 비용과 낸드 시황 약세로 당분간 낸드 사업은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측은 "양사 개별 역량 통합을 지속하고, 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조직 간소화 등으로 중복 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업황이 회복되면 고사양 eSSD 확대 등으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지표도 하락했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4분기 말 6조41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6조1400억원으로 줄었고 차입금 규모는 23조원에서 28조76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 비율은 작년 4분기 26%에서 37%로 11%p 증가했다.
고금리 기조에 이자비용은 지난해 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측은 올해 이자비용이 1조원 수준으로 전년 보다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봤다. 앞으로 3년간 만기가 도래할 차입금 규모는 4~5조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와 비용 효율적 관리로 장기적으로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메모리 수요가 연초 전망 보다는 축소되겠지만 삼성전자 등 메모리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 재고 부담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메모리 가격이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한만큼 향후 수요 증가, 감산에 의한 공급 축소가 맞물리면 수급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응용처별로는 전망이 엇갈린다. PC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역성장을 예상했다. 다만 고성능 노트북 및 게임용 PC 판매 확대로 해당 메모리 채용량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모바일은 중국 경기 회복 효과와 주요 고객 신제품 출시 등으로 하반기 수요 개선을 기대했다. 특히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낮은 플래그십 중심 채용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16GB 이상 LPD5X/9.6Gbps 터보 등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대한 고객사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서버 시장은 IT 투자 위축 및 CSP업체 재고 조정으로 올해 수요가 다소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DDR5 중심으로 고객 수요가 예상되며, 생성형 AI 기술 개발 경쟁으로 고용량 모듈 수요가 유의미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측은 "사업에 긍정적 영향 주는 DDR5 128기가 고용량 모듈, HBM은 매출 기준으로 DDR5 고용량 서버는 작년 대비 6배 이상 HBM은 작년 대비 50% 성장 전망한다. 대부분 수주도 끝났다고 판단한다. 내년에도 동일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올해 수요 비트그로스는 D램은 한자릿수 중후반, 낸드는 10% 중후반을 전망했다.
적극적인 감산에 따른 재고 조정이 올해 반도체 반등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재고평가손 규모는 약 1조원이다. 회사측은 "재고가 많은 제품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해 생산중"이라며 "업계 감산 효과가 2분기부터 나타나면서, 3분기부터는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급 안정화, 재고 안정화까지 보수적인 생산 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미국 규제에 따른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유입 리스크는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측은 "장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수요, 팹 운영에 대한 효율성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며 "중국 팹은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하고 있으며, 장비 수출 통제 유예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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