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日무릎' 논란에…한총리 "유럽은 전쟁에도 손잡는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시작해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이어진 역대 대통령의 대(對) 일본 인식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참모들에게 “유럽은 전쟁했던 국가와도 손을 잡고 지낸다”며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일본이 무릎을 꿇지 않으면 한·일 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일부의 인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왜곡되며 정쟁의 대상이 되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도 전했다. 1970년부터 공직에 몸담았던 한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시작해 DJ와 노무현, 이명박(MB) 정부에서 일하며 한·일 관계의 굴곡과 진전을 지켜봤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기도 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공개된 WP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다”며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일본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역대 대통령의 일본 발언을 세세히 살펴봤다고 한다. 한 총리는 특히 참모들에게 DJ가 1998년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 말한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노 전 대통령도 언급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일본 국빈 방문 당시 일본 TV에 출연해 “모든 문제를 다 후벼 파서 감정적 대립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이 우리 후손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한 총리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국내서 열리는 한·미 동맹 70주년 주요 행사에 참석하며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연평해전·천안함 용사 유족 38명과 함께 한·미 군악대가 협연하는 호국음악회에 참석한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씨는 음악회 참석에 앞서 “안보를 놓고 정쟁을 벌이는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느냐’ 묻고 싶다”며 “이번 호국 음악회도 연평해전이 잊히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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