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친구가 친구 염탐하나" 尹 "철통 신뢰 흔들지 못한다"
홀트 앵커, 美 도청에 대한 입장 묻자
"중요한 건 신뢰, 신뢰 있으면 안 흔들려"
국빈으로 초대받아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저녁 방송된 미국 NBC방송 메인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루 전 방송된 ‘레스터 홀트의 NBC 저녁 뉴스’에 출연해 미국의 한국 정부 도청 의혹,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여부, 대만 문제, 북핵 억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NBC뉴스 간판 앵커인 홀트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지만, 한국 관료들 간 대화를 엿들은 것으로 보이는 미국 정보기관 문서 유출로 새로운 시험대에 직면해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소개했다.
홀트 앵커는 “워싱턴과 서울이 해당 대화(tapes)가 수정됐을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을 도청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다른 설명이 있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한국어로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많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라고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통역을 통해 “미국 정부 관료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안보 관료들이 이에 대해 미국 카운터파트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이 사안은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철통 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서 “자유와 같은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홀트 앵커는 “친구가 친구를 염탐(spy on)합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친구끼리는 그럴 수는 없지만, 국가관 관계에서는 서로…”라며 잠시 말을 멈춘 뒤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라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trust)다. 신뢰가 있으면 흔들리지(shaken)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NBC 방송은 글로 된 인터뷰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스파이 활동이 노출된 것에 대한 곤란함(awkwardness)을 인정하면서도 양국 간 관계가 높은 수준의 신뢰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홀트 앵커는 “유출 자료는 우크라이나에 관한 대화로 보이는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입장을 바꿨나. 백악관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그런 압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은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으고 있다. 또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도 공급해야 할 때가 온다면, 전선(battlefront)의 상황이 달라진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이 유출한 기밀 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포탄 지원 문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도ㆍ감청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홀트 앵커가 "미국이 북한의 한국 공격을 억제하는 데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하고 있다”라고 단언했다.
윤 대통령은 “내 취임 이후 우리는 미국과 확장억제 실효성을 증대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협의하고 있고, 이미 이 영역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위협이 멀리 있을 때는 우리가 시간이 있었겠지만 이제 위협은 바로 우리 문 앞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감히 핵무기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홀트 앵커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한국 입장을 물었다. 홀트 앵커는 “최근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중국과 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글로벌 이슈라는 입장을 보여 중국을 화나게 했는데, 그 말을 취소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당신의 입장인가”라고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양안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 입장은 일관됐다. 우리는 대만 해협을 둘러싼 평화와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믿으며,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해당 인터뷰는 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24일 녹화됐다. 인터뷰는 3분 30초간 방영됐다. NBC뉴스는 홈페이지에 올린 별도의 온라인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경우 경제적인 인센티브(혜택)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과의 그런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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