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집 한 채가 긴 노후를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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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일생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시기는 50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가계 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가구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6억4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없더라도 은행에서 융자만 받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온 최근 몇 년간의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크게 다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980년대 부동산 버블기에는 일본인들도 내 집, 내 땅에 대한 집착이 지금 우리나라 못지않게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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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늘려야…주택연금 활용 방안도 고민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일생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시기는 50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가계 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가구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6억4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의 비싼 집값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계부채도 만만치 않다. 가구당 평균 총부채액은 1억800만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억3400만원이다. 50대 후반에 순자산 5억3400만원 정도를 갖고 있으면 '노후에 그럭저럭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순자산 5억3400만원 중 부동산 평가액(대부분이 거주용 주택)이 4억9500만원이다. 총자산의 80% 가까이 차지한다. 부동산을 뺀 가용 순금융자산은 3900만원. 30년 넘는 노후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집 한 채가 긴 노후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 우리보다 20년 정도 고령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 형성과 붕괴 과정,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 사정을 비교해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급격한 엔화 환율 상승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책 영향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동산 투자가 붐을 이뤘다. 일본 3대 도시(도쿄·오사카·나고야)의 택지 지가지수(1982년=100)는 부동산 버블의 피크였던 1991년에 291을 기록,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3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이렇게 오른 지가지수는 버블이 붕괴되면서 2012년에 102로 하락한 후 현재는 120 전후에 있다.
주택가격의 붕괴는 훨씬 더 심했다. 지인이 1984년에 1억2000만원에 매입한 아파트는 1991년 피크 때 3억6000만원으로 상승한 후 하락 반전, 2010년대 초에는 3000만~4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최근까지 시세에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매각을 한다 해도 1년 생활비가 될까 말까 한 가격이다.
이런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하면서 일본인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현재의 일본인들은 우리처럼 집에 한이 맺혀있지 않다. "집 없으면 어때? 빌려 살면 되지" 이런 인식이 강하다. 돈이 없더라도 은행에서 융자만 받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온 최근 몇 년간의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크게 다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980년대 부동산 버블기에는 일본인들도 내 집, 내 땅에 대한 집착이 지금 우리나라 못지않게 강했다. 그런데 버블붕괴 후의 장기 침체 과정을 겪으면서 일본인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도시화 과정이 끝나 도시에서 지방으로의 역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비붐세대의 내 집 마련도 끝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해 여름 이후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십년간 쌓여온 부동산 불패 신화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버블 붕괴 후 6~7년이 지날 때까지는 일시적인 하락인지 장기 침체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하락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많은 사람이 부동산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우리나라에서 과거 일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자산이 한 곳에 집중돼 있으면 곤란하다. 80% 가까운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도한 부채를 낀 내 집 마련도 금물이다. 달리 노후자금 마련 방법을 갖지 못한 가정이라면 과감하게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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