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 포비아’의 습격…5년 전에도 ‘시그널’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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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1억2000만원을 날리게 생겼어."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이런 다급한 전화가 온 건 5년 전 일이다.
그 당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벌어진 전세사기는 피해금액이 100억원, 피해자가 142명에 달했고 친구는 그중 한명이었다.
최근 인천, 동탄, 구리 등에서 일어 전세사기를 들여다보면 5년 전과 빼닮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긴급주거지원과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등의 대책이 나왔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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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1억2000만원을 날리게 생겼어."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이런 다급한 전화가 온 건 5년 전 일이다. 스물넷에 서울로 와 누구보다 성실히 살던 친구였다. 남편과 함께 알뜰히 모은 목돈을 잃는다는 걸 알았을 때, 친구 뱃속에는 둘째가 자라고 있었다.
그 당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벌어진 전세사기는 피해금액이 100억원, 피해자가 142명에 달했고 친구는 그중 한명이었다. 무리한 갭투자로 임대사업을 벌인 집주인은 보증금을 은닉했고, 가짜 임대차 계약서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빌라가 통째로 경매로 넘어가게 됐고, 주인은 이미 감옥에 있었다. 피해자들은 절박한 사정을 호소했지만 정부나 금융기관 모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무관심했다. 피해자들은 2년 넘게 소송을 준비하다 경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 전세사기는 곳곳에서 '사회적 재난'이 됐다. 피해자는 셀 수 없이 많다. 최근 인천, 동탄, 구리 등에서 일어 전세사기를 들여다보면 5년 전과 빼닮았다. 허술한 임차인 보호제도, 느슨한 정부 감독, 한통속인 공인중개사, 금융사의 부실대출까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던 전세 제도의 썩은 구석은 부동산 호황기에 가려졌다. 집값과 전셋값이 함께 오르면서 깡통 빌라도 ‘세입자 돌려막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불황기가 되자 곪은 부분이 터져 나왔다. 5년 전 신호를 제대로 읽고 대책을 만들었다면 현재의 재난은 피할 수 있었을 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긴급주거지원과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등의 대책이 나왔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피해자 3명이 아까운 목숨을 버린 다음에서야 우선매수권 부여, LH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 같은 실질적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구멍은 여전하다. 매입임대 예산은 지난해보다 3조원 넘게 깎였는데, 매입 대상만 늘었다. 정부는 여름 침수 피해를 본 반지하도 이 예산으로 사들이겠다고 했다. 주거취약층이 또 다른 피해를 보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전세 사기는 총체적 방조 속에 일어난 사회적 재난이다. 자칫하다간 전세 포비아가 실물 경제마저 엄습할 수 있다. 여당은 이전 정권 탓을 하지만 피해자들에게는 같은 정부일 뿐이다. 정부는 5년 전 시그널을 무시한 책임을 지고 촘촘한 해결책과 예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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