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화산을 터뜨리세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늘은 암을 진단받고 분노를 느끼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열심히 살아온 내게 왜 이런 병이 찾아온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하는 반복된 생각이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나요? 이런 감정은 보통 중년의 남성 암 환자들이 더 많이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용암이 터지는 듯한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계신가요? 아니면, 그런 분노를 꾹꾹 눌러놓기만 하고 계신가요? 감정 표현이 서툰 환자는 심리적 고통을 더 크게 느낍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년 남성 암 환자들은 사실 자발적으로 미술치료나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주변의 강력한 권유로 미술치료사를 만나게 됩니다. “내 마음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내 마음을 표현해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종종 하십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화산을 그려보라 제안합니다. 화산은 환자의 마음에 은유적으로 다가가 자신 안에 쌓아놓고 표현 못한 다양한 감정을 터트리는 분출구가 돼줍니다.
40대, 이제 막 차장 승진을 하고 회사에서 성취감과 유능감을 한껏 펼치던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회사에 대한 몰입 때문에 가정 내 불화를 겪기도 했는데, 암 진단 이후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고 자신에게 항상 불만을 토로하던 아내가 오히려 자신의 옆을 지키며 간호하는 상황에서, 분노·후회·안타까움·죄책감을 겪는다 했습니다. 큰 동요 없이 무덤덤하게 자신의 상황을 얘기하던 환자는 나지막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넘치는 그림을 그리더니 소리 없이 한참을 우셨습니다. 옆에 계시던 아내 분도 함께 따라 우시며 두 분은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물꼬를 트셨습니다.
입원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환자로 보이지 않았을, 이제 막 50대에 들어선 한 환자분도 기억납니다. 여러 차례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단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린 적이 없고 잠깐 만나는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네던 병원 내 유명한 신사셨습니다. 그런데 항암과 방사선 치료 반응이 더뎌, 의료진이 치료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늘 밝던 이 환자분은 심리적으로 무너진 듯 보였습니다. 이 분은 이미 다 터져버린 화산과 까맣게 재만 남은 땅을 그렸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참고 견뎌왔던 것들이 소용없었다는 마음이 든다며 화나는 마음을 꾹 눌러만 둔 게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용암이 터지는 듯한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계신가요? 아니면, 그런 분노를 꾹꾹 눌러놓기만 하고 계신가요? 감정 표현이 서툰 환자는 심리적 고통을 더 크게 느낍니다. 몸이 아플 때 치료받아야 하는 것처럼 마음의 고통에도 귀를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암을 치료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까맣게 타버린 재만 그리던 환자 분께, 저는 다음 날 제주도의 오름 그림을 그려 보여 드렸습니다. 뜨거운 용암이 뿜어져 나와 모든 게 까맣게 타버려도, 시간이 흐르면 주변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풀이 자라고 길이 납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하지요. 우리 인생도, 암을 투병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비록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용암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다 하더라도, 화산이 한 번 터지고 나면 시간이 흐른 뒤 땅이 식고 그 땅에서 새 생명이 피어납니다.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용암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가까운 이들과 그 감정에 대해 얘기 나눠보고 용암을 흘려 내보내세요.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암 환자 지친 마음 달래는 힐링 편지부터, 극복한 이들의 노하우까지!
포털에서 '아미랑'을 검색하시면, 암 뉴스레터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