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애플 ‘MR 헤드셋’… 다시 불 지피나, 회의론 현실화하나

조민아 2023. 4. 2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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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의 3D 아티스트 이안 젤보가 만든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예상도. 이안 젤보 트위터 캡처

애플이 이르면 6월에 있을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결합한 ‘혼합현실(MR·Mixed Reality) 헤드셋’을 처음으로 공개할 전망이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비교해 주춤해진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반등할 수 있을지, 일각에서 제기하는 회의론이 커질지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자 대회 ‘WWDC 23’이 다가올수록 애플의 MR 헤드셋 스펙은 차츰 베일을 벗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MR 헤드셋이 게임, 피트니스(건강관리) 서비스, 영상 시청, 전자북, 화상대화 등 수십만개의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얼리티 프로’ 또는 ‘리얼리티 원’으로 불릴 이 제품의 가격은 3000달러(약 400만원)가량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3000달러에 달하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필수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찾는 대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활동을 찾게 하려는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MR 헤드셋의 디스플레이는 고해상도 4K 마이크로 OLED다. 사용자 시선과 제스처를 따라가 가상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 12대가량을 탑재할 것으로 전해진다. 신형 맥북 에어에 들어가는 M2 칩을 적용해 메모리 성능을 크게 늘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헤드셋의 무게와 직결하는 배터리의 경우는 어떨까. 전용 케이블과 외부 배터리를 연결해 충전하도록 설계된다는 게 눈에 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헤드셋 무게를 줄여 사용자 편리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 배터리의 크기는 아이폰 맥세이브 보조배터리와 비슷하지만 더 두껍다. C타입 케이블로 충전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고 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파크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애플의 MR 헤드셋 공개가 임박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기대감과 회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미국의 IT 팁스터(정보제공자) 에반 블라스는 “최근 애플 헤드셋을 여러 번 테스트한 지인에 따르면, 최신 하드웨어 및 펌웨어 기능이 제공하는 경험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에 MR 사업 관련해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겹쳐놓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사람 간 의사소통과 연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MR 헤드셋은 지난 2014년 애플워치를 선보인 이후 애플이 9년 만에 공개하는 새로운 디바이스다. 그동안 팀 쿡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구글이 2013년 출시한 AR 글래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2015년 내놓은 홀로렌즈가 ‘대중화’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만큼, MR 기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있다. 과연 소비자들이 수백만원에 이르는 돈을 치르고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메타는 프리미엄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의 가격을 출시한 지 4개월 만인 지난달에 1499.99달러에서 999.99달러로 500달러나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전·현직 임원들 일부는 높은 가격에 대한 우려, 유용성에 대한 의구심, 증명되지 않은 MR 시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10대 가운데 가상현실 기기의 잠재고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가 10대 5690명을 설문조사한 ‘Z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을 가진 10대는 87%에 달하는 반면 VR 기기를 소유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VR 헤드셋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답한 10대는 7%에 불과했다.

한국 IT업계에서도 ‘메타버스 열풍’이 불었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가상현실 사업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챗GPT 등 AI로 이목이 쏠리면서, 가상현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아직 관련 사업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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