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만나게 해줄게" 현금갈취한 日 전직 아이돌 멤버, 실형선고
같은 사기 행각 알선도
"연예 관계자입니다. 쟈니즈 아이돌, 배우, 탤런트 등 합리적인 가격에 연결해드릴 수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문의주세요"
일본에서는 유명 연예기획사 소속 아이돌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20대 여성 9명에게 현금을 갈취한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아 논란이다. 이 남성은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연예계 생활을 했던 경험을 내세워 돈을 뜯어냈고, 받은 돈으로 명품 등을 구매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마이니치 신문은 나고야지방법원이 지난달 24세 쿠로다 아유무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쿠로다는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 '쥬논 슈퍼보이'를 거쳐 데뷔조 '쥬논 슈퍼보이 어나더스'로 활동했던 전 아이돌 멤버다.
마이니치가 피해자들의 증언과 재판 자료를 토대로 재현한 수법은 다음과 같다. 쿠로다는 SNS를 통해 '쟈니즈 등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연결해주겠다'며 홍보글을 올리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은 뒤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자리에서 쿠로다는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나타나 눈 앞에서 연예 관계자들과 연락하는 척 하며 인맥이 있는 것으로 위장했다. 피해자에게 전직 연예인 참석 파티에 초대받은 것을 보여주거나, 배우 스케줄 표, 식사 내역 등을 보여줘 신뢰를 쌓는 것이다.
이후 쿠로다는 이들에게 "만약 당신이 아이돌과 사귀게 되거나 스캔들이 날 경우를 대비해 보증금을 받아야 한다"며 거액을 요구하고, 돈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부업체 대출을 받도록 강요했다.
쿠로다는 동일한 방식으로 한 피해자에게 현금 169만엔(1682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2021년 9월 경찰에 체포됐다. 그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일한 건으로 피해를 접수했다. 경찰은 이 중 9명에게 가로챈 1790만엔(1억7800만원)에 혐의를 적용했으나, 실질적인 피해 총액은 5000만엔(4억97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심지어 쿠로다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예인을 만나고 싶은 사람을 중개해서 돈을 벌지 않겠느냐"며 사기 행각을 알선했다. 그는 "샐러리맨의 월급을 하루 만에 벌고 있다", "창업하고 생각보다 잘 된 자칭 천재"라고 해당 업무를 홍보했는데, SNS 팔로워를 늘리는 법, 게시 사진의 선택 방법 등을 상세히 소개한 '고객 유치 매뉴얼'까지 배포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의 범행 동기는 금전 문제에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아이돌로 활동한 기간이 짧아 돈을 벌지 못한데다, 2021년에 유흥업소 공동 경영을 제안했던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졌다는 것이다. 쿠로다는 법정에서 "처음부터 나쁜 짓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면서 "단번에 돈을 벌 수 있는 달콤한 꿀과 같아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체포되지 않았으면 (사기 행각을) 계속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그는 집행유예를 요구했고, 이를 위해 피해자 7명과 합의를 성사시켰다. 합의금도 “이미 돈은 공범과 반씩 나눠 가졌다”며 피해 금액의 절반을 기준으로 삼고 계산했다. 피해자 중 한명은 마이니치에 "1원도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아 마지못해 합의에 응했지만 나는 이자율이 높은 사채를 썼었다"며 "절반짜리 합의금은 성의도 느끼지 못하겠고, 피해 회복에 택도 없는 금액"이라고 전했다.
법원은 그의 이러한 태도가 죄질이 불량한데도 불구,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시사키 유키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그는 가능한 한 많은 금품을 가로채려 했다. 범행도 계획적이고 악질적"이라며 "집행유예는 적절하지 않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쿠로다는 "큰 실수로 피해자들에게 큰 폐를 끼쳤다"고 최종변론을 했으나 판결 다음날 항소했다.
마이니치는 법정에서 쿠로다의 아버지는 "아들이 상경해서 곤란을 겪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줘 버릇없이 키웠다. 부모인 내 책임"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중 일부는 사채로 진 빚을 여전히 갚아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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