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명암]②제2의 셀리버리 또 나올라…개미만 피눈물

이선애 2023. 4.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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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종목 쏟아질 가능성…거래정지로 개인 피해 ↑
“상장 후 관리 통해 특례 부작용 최소화해야”

편집자주 - 코스닥에 상장하는 특례기업이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특례상장 기업이 코스닥 상장 기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데뷔한 기업이 줄줄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례상장 요건을 강화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특례상장으로 성장성이 큰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활발하게 이뤄져 코스닥시장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진입장벽을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성장성 특례 1호 셀리버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특례상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셀리버리뿐만 아니라 올해 특례상장으로 상장한 기업이 줄줄이 관리종목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여 거래정지에 따른 개인 투자자의 눈물이 마르지 않을 전망이다.

특례상장 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상장한 해를 포함해 5년, 손실 비율로는 3년 동안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일반 상장사들이 ▲매출 30억원 미만 ▲최근 3년 내 2회 이상 연간 손실이 자본의 50% 초과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 ▲자본 10억원 미만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에 비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 상당수의 유예기간이 올해 만료된다는 것이다. 2019년에 기술특례로 증시에 데뷔한 기업이 많아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상장한 유바이오로직스·앱클론, 2018년에 상장한 이원다이애그노믹스·올릭스·파멥신·싸이토젠·네오팩트 등은 최근 3년 중 1회 이상 연간 연간 자기자본 대비 손실(법인세 비용 차감 전 손실) 비율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기업 속출…논란 많은 성장성 특례

셀리버리 거래정지로 특례상장 중에서도 성장성 추천 부문의 논란이 거세다. 성장성 특례란 전문 평가기관의 기술 평가가 없어도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에 해당 기업에 대한 성장성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상장시켜주는 제도다. 당장 실적이 없어도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성장성을 담보하면 증시에 데뷔하는 것이다.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자본잠식률 10% 미만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5가지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 중 문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 11월 셀리버리를 시작으로 2019년 5곳(라닉스·올리패스·라파스·신테카바이오·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2020년 7곳(제놀루션·셀레믹스·압타머사이언스·이오플로우·고바이오랩·클리노믹스·알체라), 2021년 5곳(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진시스템·레인보우로보틱스·삼영에스앤씨·원티드랩), 2022년 1곳(선바이오)까지 등 총 19개 상장사가 성장성을 발판으로 삼았다. 주목할 점은 바이오 편중 현상이다. 19개사 중 14곳(73.68%)은 신약개발·진단·헬스케어 등 관련 제약·바이오사다. 이에 따라 제2, 제3의 셀리버리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셀리버리는 5년 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영업손실 668억원, 당기순손실 751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다. 상장 당시 영업손실 35억원, 당기순손실 150억원의 적자 기업인데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부작용이다.

2019년 기술성 평가에서 두 차례 탈락했지만 성장성을 활용해 증시에 입성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매출 30억원, 영업손실 435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발생했다. 2019년 12월 증시에 입성한 신테카바이오 역시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 518억원, 영업이익 372억원을 달성한다는 전제로 상장했지만, 실제 매출은 2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18억원에 이르렀다. 두 회사 모두 내년에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셀리버리를 시작으로 연쇄 부실이 예고됨에 따라 올해 성장성 특례로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의 심사도 깐깐해지고, 증권사 역시 눈치를 보면서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기술성과 공시 강화…주관사 전문성 높여야

특례상장으로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는 종목이 늘어날 경우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불가피한 데다 시장 전반에 끼치는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례상장 때 실현가능한 실적 추정치를 제시하도록 권고하는 등 기준을 강화하고 상장 이후엔 경영실적 중간 점검 등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후 3~5년치 추정 실적을 근거로 시가총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실적 뻥튀기'를 막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주도의 시장인데, 제약·바이오 기업은 성공 불확실성이 크다"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 산업과 개별 기업에 내재된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워 대응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특례상장 기업의 재무구조 모니터링, 기술성·공시제도 강화 목소리가 크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시간이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고 기술력을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기술성과에 관한 공시제도를 발전시키고 특례상장 기업들의 공시 위반이나 불공정거래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례상장 중에서도 성장성 부문이 특히 문제가 되는 만큼 주관사인 증권사의 책임 강화도 요구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 요건이 완화된 만큼 성장 초기의 역량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평가할 상장 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기술력과 성장성이 미비하거나 허위 사실에 근거한 부실 기업의 상장을 막기 위해 다양한 기술기업을 평가할 수 있도록 주관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상장 요건 강화가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의 기업공개(IPO) 활성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망한 기업을 증시에 유치하려면 다양한 특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실적이 부진한 것은 일종의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IB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 문턱을 높이는 것은 특례상장 제도의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후 깐깐한 관리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관계자는 "3월 기준 전체 상장사 1628개 중 최근 3년 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의 수는 174개로 10.6%인 반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 171개(2022년 12월 말 기준) 중에서는 10개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비율이 5.8%로 낮다"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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