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명암]①코스닥 IPO 절반 차지…증시 문턱 낮춰 시장 활성화
코스닥 시장에 활력…각종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
편집자주 - 코스닥에 상장하는 특례기업이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특례상장 기업이 코스닥 상장 기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데뷔한 기업이 줄줄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례상장 요건을 강화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특례상장으로 성장성이 큰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활발하게 이뤄져 코스닥시장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진입장벽을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술성장기업 특례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코스닥 특례상장 기업이 해마다 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2014년까지 연간 2~3개의 기업이 특례로 상장했지만 2015~2017년 10개 전후로 늘었다가, 2018~2021년 20~40개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연간 30개였다. 코스닥 상장기업 중 45.5%의 비율을 기록했다.
올 들어 4월까지 특례상장 비율 39.3%
증권신고서 공시 기준으로 올해 들어 4월 셋째 주까지 코스닥시장에 28개 기업이 상장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 중 17개 기업이 일반 상장이며, 11 개 기업의 특례상장이다. 특례상장 비율은 39.3%에 이른다. 청구서 접수 기업 35개 기업 중 17개 기업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기 때문에 코스닥 특례상장 기업 비율은 올해도 50%에 근접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의 상장 요건은 ▲일반기업은 ①수익성·매출액 ②시장평가·성장성(이익미실현기업·테슬라 요건) ▲기술성장기업은 ③기술전문평가 ④사업모델전문평가 ⑤성장성 추천으로 구분된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중심으로 상장 요건을 평가하는 ①을 제외하고, ②~⑤를 '코스닥 특례상장'으로 분류한다. 특례대상기업은 전문평가기관 중 2개 기관의 기술평가 결과가 일정 등급 이상일 경우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예비심사청구 자격을 부여한다. 기술성장기업 상장 특례대상기업은 일반·벤처기업 대비 일부 외형 요건이 면제 또는 완화된다.
수익성·매출액 기준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중심으로 상장 요건을 평가하는 가장 일반적인 상장 요건이다. 시장평가·성장성 기준은 기업의 시가총액 등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한다.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라고도 한다.
기술성장기업(기술전문평가·사업모델전문평가)은 전문평가기관의 기술, 사업모델에 대한 평가를 받아 평가결과가 A등급·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상장할 수 있다. 기술성장기업(성장성 추천)은 상장주선인(증권사)이 성장성을 평가한다.
기술성장기업(기술전문평가)은 2005년 3월 헬릭스미스를 시작으로 활성화돼 점차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제약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으로 넓혀왔다. 2018년 이익미실현기업 카페24, 기술성장기업(성장성 추천) 셀리버리와 2019년 기술성장기업(사업모델 전문평가) 플리토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례상장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를 '분야의 다양화'에서 찾는다. 단순히 바이오 종목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완화되고 있어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프트웨어·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의 비(非)바이오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례상장의 요건이 다양해진 것도 한몫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기술성장기업(기술전문평가) 특례상장에 2018년을 기점으로 이익미실현요건, 사업모델전문평가, 성장성 추천 등 다양한 요건을 적용 받은 신규 상장이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업 활성화, 경제 선순환 효과
특례상장의 효과로는 시장·산업 활성화가 꼽힌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례상장 제도는 기술성장기업에 기업공개(IPO)로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상장 요건으로 상장할 만한 기업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면서 "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요건인 기술성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보호가 더욱 보강된다면 특례상장 제도는 코스닥시장에서 중요한 상장 방식으로 시장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종경 연구원은 "다양한 상장 요건에 기반한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기술 기반 기업의 상장 확대는 시장 전반적으로 환영할 일"이라며 "오히려 수익 구조가 본격화되지 않은 기업에 시장의 공모 자금이 더욱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시장 나아가 국가 경제의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박종선 연구원은 "정부의 소부장기업 활성화 지원과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각특수효과(VFX) 관련 소프트웨어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술성장 기업의 상장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소부장기업의 상장이 다양한 상장트랙을 통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소재·부품·장비산업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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