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못푸는 2금융]②PF대출 줄인 저축은행, 연체율은 '글쎄'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53%…전년比 30%p 줄었지만
PF대출 규모 1위 OK저축, 연체율 1년새 2.5%P 상승
1~3개월 연체된 채권 비중도 2배 올라
전문가 “저축銀, 부실 PF 만기 연장하며 버텨줘야”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발을 빼며 관리를 강화했다. PF대출 연체율이 두 자릿수인 증권업계와 달리 저축은행은 한 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업계가 “‘제2의 저축은행 사태’는 없다”며 자신하는 이유다. 하지만 부실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부실이 시스템리스크로 번지지 않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PF대출 고삐 죄는 저축은행26일 아시아경제가 자산규모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대출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021년 말 기준 각각 76%, 85%였으나 지난해 말 53%까지 떨어졌다.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규모가 크면 손실이 났을 때 그만큼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2011년 부동산 PF발(發) 저축은행 사태 당시 이 비율은 504.9%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건설 업황이 부진하자 저축은행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작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사업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저축은행들이 위험 관리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기존 PF대출 부실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2021년 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조5000억원으로 늘었는데 연체율 역시 1.22%에서 2.05%로 0.83%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이 10%대인 증권사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가 빨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축은행업계에서 지난해 PF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상상인저축은행(5.03%·대출 잔액 4712억원)으로 전년(1.79%)보다 3.24%포인트 올랐다. JT저축은행의 경우 취급액은 2455억원으로 적은 편이지만 연체율이 4.97%로 두 번째로 높았다. 업계 PF대출 취급액 상위 톱2인 OK(1조10억원)·한국투자(9614억원)저축은행의 연체율은 큰 폭으로 뛰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2021년 1.63%에서 2022년 4.09%로 올랐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1.22%에서 2.86%이 됐다. 업계 8위인 다올저축은행(5405억원)도 0.5%에서 3.3%로, KB저축은행(2786억원)도 0%에서 3.37%로 상승해 증가폭이 컸다.
저축은행 PF대출 가운데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된 대출인 ‘요주의여신’도 늘어나는 추세다. 20개 저축은행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0.15%에서 2022년 0.3%로 두 배 상승했다. 정상이었다가 초기 연체 단계로 접어든 대출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으로 운용 중인 PF대출 부실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 "시스템 위기 우려…만기 연장해 버텨줘야"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건전성 악화가 금융시장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도 PF 부실 우려에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서 저축은행들이 연쇄 도산했었다. 오는 7월부터 저축은행 예금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빠지면서 악재는 겹쳤다. 앞으로는 저축은행 예금에 들어간 퇴직연금이 만기 시 다른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재예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금 이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은 29조9891억원으로 나타났다.
고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 자금이 돌기 시작하면 PF 부실 가능성은 줄어들 테니 그때까지 저축은행들이 버텨줄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대출만기를 연장해줌으로써 PF 사업장의 부도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실 업장을 정리해 쌓여 있는 스트레스를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가되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장치들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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