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못푸는 2금융]①캐피탈사 부실채권 1년새 5300억↑…PF발 먹구름 우려

이민우 2023. 4. 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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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의문 등급도 2000억 넘게 증가
부동산PF 브릿지론 부담 여전
신용등급 A급 이하 중심 위험 커질수도

캐피탈사들의 부실채권이 1년 새 5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만기였던 브릿지론을 상환하지 못하고 연장한 회사들도 상당한 만큼 올해 상반기부터 개별 사업장 리스크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할부금융·리스사 51곳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채권) 잔액은 2조8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348억원(23.6%) 증가한 규모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인 '회수의문' 등급 잔액도 전년 대비 25.6%(2080억원) 늘어난 1조217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 이상인 회사도 지난해 25곳에서 올해 28곳으로 늘어났다.

자산 규모 상위 5위권 캐피탈사 모두 고정이하여신이 급증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7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4.9%(346억원) 늘었다. 하나캐피탈은 65.9%(387억원), KB캐피탈은 42.0%(872억원)씩 증가했다. 신한캐피탈의 경우 전년 대비 136.8%(431억원) 증가하며 전년의 두배가 넘는 746억원으로 불어났다. 자동차금융 위주로 현대차그룹 전담 캐피탈사 역할을 맡은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자산 규모 상위 5개사가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부동산PF 대출 그늘 여전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부동산PF대출 부실 위험이 커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캐피탈사 같은 경우 비교적 PF대출 규모가 큰 편이라 무관하지 않다"라며 "조달 비용이 높고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노리며 부동산PF로 많이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캐피탈·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PF대출 잔액은 8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전체 잔액인 116조5000억원의 7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중 캐피탈업계만 25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의 부동산PF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도 빠르게 늘었다. 위험노출액은 손실이 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보수적으로 집계한 개념이다. PF대출 잔액뿐만 아니라 관련 파생상품 등 모든 거래의 잔액까지 포함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캐피탈, 신용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27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1% 증가했다. 다른 금융권의 증가율이 6~1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속도다.

양극화 우려도…올해 상반기 위기 닥칠 수도

캐피탈사들이 지난해 말 만기인 브릿지론을 초단기성 대출로 연장하면서 상반기부터 개별 사업장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신용등급별로 리스크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자동차금융 전문사 등을 제외한 26개 캐피탈사를 조사한 결과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탈사가 PF 리스크의 뇌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조사 대상 브릿지론 9조원 중 88%가량이 올해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중 현대캐피탈, KB캐피탈, 신한캐피탈,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롯데캐피탈 등 AA-급 회사의 경우 올해 만기 도래 비중이 82%였다. 반면 메리츠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웰컴캐피탈, 오케이케피탈, DB캐피탈, 키움캐피탈 등 A급 이하 회사의 브릿지론은 올해 만기 도래 비중이 92%에 달했다. 지역 구성도 서울이 35%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상환안정성이 떨어지는 중/후순위 자산 내에서도 서울 외 지역이 58~61%를 차지했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2~3년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A급 이하 캐피탈사들의 잠재위험자산비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라며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부담이 0.5배 이상인 오케이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DB캐피탈, 키움캐피탈, 메리츠캐피탈의 경우, 거액 브릿지론의 부실화가 현실화하면 유동성 대응이 어려울 수 있고 자산건전성도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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