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작년말 보다 거래가 활발해졌어요" 강남 대장아파트 다시 '꿈틀'
"올 들어 거래가 꽤 많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요. 워낙 수요자들이 눈여겨보는 단지인데다 올해 초에 싼 가격에 나온 물건이 많이 나왔어서 매수세가 몰리는 모습이에요."(서울 송파구 가락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
25일 오후 방문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951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이 단지 중개업소들은 찾아오는 손님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대 A공인 대표는 인터뷰 중간에도 몇 차례 매수 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거래가 폭주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작년 말에 비하면 꽤 활발해졌다"며 "거래량도 가격도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지난해에 비해 매수문의가 꽤 많이 늘었다는 반응이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가격이 워낙 저점을 찍었다보니 평소 헬리오시티로 이주하려던 수요층이 몰려온 것 같다"라며 "대규모 단지인데다 위례신사선 등 호재도 있으니 인기가 높다"라고 전했다.
강남권 '대장아파트' 회복세…보합권 진입 눈앞거래량과 가격 회복세를 보이는 건 이 단지 뿐만이 아니다. 강남권에 위치한 이른바 ‘대장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이달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 대비 0.04% 하락했다. 이는 전달(-0.45%)보다 0.41%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사실상 보합권 진입을 눈앞에 둔 수치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3.14% 하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폭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KB선도아파트 지수는 전국 아파트단지 중 시세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나타낸 지수다. 가격변동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고 있어 주택시장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선행지표로 주로 활용된다. 잠실주공5단지, 아크로리버파크,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대거 포함됐다.
해당 지수의 하락폭이 줄어든 것은 연달아 기준금리가 동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에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폭이 커졌지만, 최근 들어 기준금리가 제자리를 지키면서 부동산 시장도 회복하는 모습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해에는 고금리 기조로 대장아파트들의 가격하락세가 컸지만 최근 기준금리 동결의 여운이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다만 여전히 가격변동률은 마이너스 흐름이 유지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84.99㎡(전용면적) 평형은 지난해 5월 23억원에서 지난 1월 15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지난 3월 27일에는 18억7000만원까지 회복한 모습이다.
기준금리 동결에 재건축 규제완화까지…매매거래도 활발
선도아파트가 몰린 강남권의 매매거래량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아파트거래량은 2935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은 건수를 나타냈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222건)가 은평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강동구(178건), 강남구(172건), 서초구(115건) 등 강남권 지역 모두 세자리 수를 기록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거래가 많았던 단지(임대 아파트 매입 제외)는 헬리오시티로 115건이었다. 이이 파크리오(70건), 고덕그라시움(65건), 트리지움(48건) 등 선도 50지수에 속한 아파트가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겹겹이 쌓였던 재건축 규제가 풀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이달 -0.13%를 기록하며 전달(-0.20%)보다 낙폭이 절반가량 줄었다.
실제로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실거래가도 되살아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3인방’이라 불리는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117.5㎡ 평형은 지난해 6월 21억2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지난 2월 17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5일 18억3300만원까지 값이 1억3300만원 올랐다.
‘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는 지난해 5월(25억4000만원)에서 지난 1월(17억9500만원)까지 하락한 이후 다시 회복하면서 지난 14일 20억7000만원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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