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운용의 묘를 살리자
배중현 2023. 4. 26. 06:01
며칠 전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시즌 첫 홈경기를 보면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당시 피츠버그는 2018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던 앤드루 매커친(37)이 복귀, 5년 만에 파이리츠 유니폼을 입고 PNC파크 타석에 섰다.
매커친은 피츠버그 팬들에게 의미 있는 선수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지명돼 입단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09년 데뷔해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 4위, 이듬해에는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차 공·수·주를 모두 겸비한 재능 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분위기를 바꿨다.
그뿐만 아니라 매커친은 데뷔 3년 차에 올스타, 5년 차에는 2013년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피츠버그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매커친이 중심이 된 피츠버그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경험하며 NL 중부지구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커친은 피츠버그를 대표하는 얼굴이었지만 '스몰 마켓'인 구단 사정상 2018년 1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여러 팀을 떠돌았던 그가 1년 계약으로 피츠버그에 복귀, 홈 개막전 첫 타석에 들어서니 피츠버그 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매커친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벅찬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중계 영상에 잡혔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피치 클록(투수는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어도 20초 이내에 반드시 투구)이었다.
올 시즌부터 타자들은 피치 클록 만료 8초 전에는 타석에 들어서 타격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길어진 기립 박수와 벅찬 감정 때문에 매커친은 한동안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바로 이때, 주심의 판단이 궁금했다. 라이언 윌스 주심은 피치 클록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 순간이 매커친과 팬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충분히 인지한 게 아니었을까.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이 장면을 메인에 띄우며 주심도 감히 이 순간엔 규정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최근 정반대 상황도 벌어졌다. 올 시즌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코디 벨린저(28)가 LA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것이다. 다저스 소속으로 NL 신인왕과 MVP를 수상했던 벨린저는 큰 사랑을 받은 슈퍼스타였지만, 지난 2년 심각한 부진에 빠져 가치가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컵스로 이적한 벨린저를 향한 다저스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컵스 이적생' 벨린저가 2회 타석에 들어서자, 팬들이 기립 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벨린저 역시 모자를 벗어 감사의 의미를 전했다.
그런데 감동이 파괴되는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주심이 타석에 빨리 들어서지 않는다며 벨린저에게 자동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것이다. 벨린저는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고, 6구 승부 끝에 내야 땅볼로 아웃됐다.
여기선 규정대로 원칙을 적용한 주심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규정을 정확하게 지켰다며 칭찬할 마음도 없다. 자칫 원칙을 벗어나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매커친에게 잠시 규정 적용을 보류했다고 해서 MLB 사무국을 비롯해 팬이나 선수들이 불만과 차별이라는 단어를 꺼내지도 않았다.
가까운 시일 내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할 수 있다. 불현듯 심판의 역할을 곰곰이 되돌아보게 된다. 판정을 심판하는 역할보다 경기를 원활하게 하면서 팬들의 즐거움을 유도하는 '운영자'로서의 심판이 현대 야구 흐름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칫 '스포츠의 감동'을 파괴하는 심판이라면 스스로가 경기의 주인공이 되길 원하는 잘못된 판단으로 보일 수 있다. 때론 무엇이 우선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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