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광인의 성인가요]힐링 음악으로 인기 끄는 우순실 작곡 '천부경'

김은구 2023. 4. 2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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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순실(사진=차트코리아)

가수 우순실이 18년 전 발표한 노래가 요즘 유튜브에서 명상가요와 힐링 음악으로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발표한 ‘천부경’(天府經)이다.

이 노래는 그다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우순실도 방송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불러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이 노래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듣다 보면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정화시키고 불면증도 치료하는 신묘한 효과를 낸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게다. 연주 시간이 3분52초밖에 되지 않는 이 노래를 12시간 동안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천부경은 기운을 정화시킵니다. 외출하실 때 노래를 틀어놓고 나가보세요. 집안 가득 천부경의 노래 소리로 공명이 되어 집안이 편안해집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달아놓은 동영상이 17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천부경’은 한민족의 경전으로 불리는데 81자로 이뤄졌다. 불경과 성경보다도 더 오래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우순실은 경전 81자에 직접 곡을 붙여 노래했다. “일시무시일석삼극무진본(一始無始一析三極無盡本)”으로 시작하는 이 ‘천부경’을 국악 정가의 형식으로 작곡해 조선시대 임금님들만 듣는다는 정가의 창법으로 불렀다.

한양대 작곡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우순실은 1982년 MBC ‘대학가요제’에 나가 ‘잃어버린 우산’을 노래해 입상하며 유명해졌다. 그러나 클래식을 전공하는 음대생이 ‘대학가요제’에서 유행가를 불러 학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대학에서 난리가 났다.

우순실은 결국 자퇴를 선택하고 6개월 간 정악을 배워 이듬해 추계대 국악과 2학년에 편입해 정가를 전공하고 졸업을 했다. 가수로 바쁘게 활동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천부경’을 접하고 공부하다가 정가 형식으로 작곡해 노래했다.

‘천부경’은 한문이 등장하기 이전인 환국시대부터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경전이라고 하지만 기도문에 더 가깝다, 환웅 1세 거발한이 신시에 도읍하고 신지 현덕에게 지시해 녹도문자로 빗돌에 새겨 기록해놓은 걸 통일신라 말 대문장가인 학자 고운 최치원이 발견해 한문으로 번역해 놓았다. 1916년 묘향산에서 수도 중이던 스님 계연수가 암벽에 새겨진 그 내용을 발견해 이듬해 세상에 알렸다.

9자 1구에 9행, 81자로 구성된 천부경은 1부터 9까지 수로 우주의 생성원리, 천(天) 지(地) 인(人)으로 구성된 삼극을 통해 만물의 생성원리와 인간의 도리 등을 담은 신비스런 경전으로 불린다. 글자 81자 중 31자가 숫자이고 그 중 1이 가장 많은 11번이나 등장한다.

이러한 수들은 음양오행설의 기초가 된 하도(河圖)의 원리가 되기도 하고 역경(易經)의 기초 원리로도 사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류 전기를 발견한 미국의 전기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우주의 열쇠가 들어있다”고 주장한 수 3 6 9를 4차원 디지털 구구단인 9 감산법을 동원해 체수 또는 사람 수로 해석하며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놀라운 것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며 모음의 기본으로 사용한 천(·) 지(ㅡ) 인(ㅣ)과 자음을 만들 때 동원한 오(○) 방(□) 각(∆)의 원리가 이 천부경에 모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81자 전체에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아 어디를 끊어 읽느냐에 따라 학자마다 그 해석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한 학자의 이론을 들어보면 이해가 되다가도, 끊어 읽기를 다르게 하는 학자의 다른 설명을 듣다 보면 논리가 뒤바뀌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한다.

‘천부경’이 위서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간혹 나온다. 그러나 ‘천부경’의 논리와 부합하는 이야기가 신라 내물왕 때 보문전 태학사였던 박제상(서기 364~419년)이 쓴 ‘부도지’(符都誌)에도 자세히 실려 있어서 그 사실을 들어 설명하면 위서라는 의심은 단번에 사그라진다.

‘부도지’가 한 민족을 포함한 온 인류의 창세기 같은 경전이라면 ‘천부경’은 우주 삼라만상의 전진과 번영을 염원하는 인류 최초의 기도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문자도 없던 그 옛날 어머니 아버지가 자식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하던 경전이 어렵고 복잡했겠습니까. 각자 이해하는 방식으로 믿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우순실의 설명은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2020년 말 신곡 ‘첫사랑’과 ‘윤회’를 발표하고 유튜브 방송을 해온 우순실은 5월 6일 오후2시 강화도 스페인마을 야외공연장에서 무료 ‘바다 콘서트’를 개최한다.

석광인 대기자

전 스포츠조선 연예부장
전 예당미디어 대표
현 차트코리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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