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40년지기 이완규 "尹, 민감 현안엔 전화 한통 한적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구 고검 검사)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발탁되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한 검사가 있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이완규 법제처장(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79학번)·사법연수원(23기) 동기지만 ‘검찰 내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그답게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제청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뤄진 인사를 문제 삼았고, 이 처장은 3개월 뒤 정기 인사에서 좌천되자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그런 이 처장을 내치지 않았다. 자신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먼저 도움을 청했다. 2020년 12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징계하려 하자 윤 총장 변호인으로 전면에서 싸워줬던 사람이 이 처장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법은 당신이 해박하지 않으냐”며 이 처장을 법제처장에 앉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두 사람의 신뢰 관계를 드러내는 단적인 장면들”이라고 했다.
이 처장은 지난 1년여간 윤석열 정부의 법령 심사를 총괄해왔다. 경찰국 신설,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 검·경 수사권조정 시행령 등 민감한 현안이 모두 이 처장의 손을 거쳤다. 지난 24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이 처장을 만났다. 이 처장은 윤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문제 삼는 야당에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수완박 합헌 결정 뒤 제기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엔 “천만의 말씀”이라며 “위헌이란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Q : 경찰국 설치 등 현안과 논란이 많았다. 판단 기준이 있었다면.
A : “헌법과 법률에 적합한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었다. 경찰국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인사검증단 관련 시행령 모두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내린 적법한 결정이다. 정치권에서 위법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법치주의에 반한다.”
Q :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중립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A : “민감한 현안을 판단할 때 윤 대통령이 구체적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실제로 전화 한 통화도 안 했다.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서만 판단하고 있다.”
Q : 가까이서 지켜본 윤 대통령 어떤 사람인가.
A : “의지가 굉장히 굳고 강한 사람이다. 반칙을 싫어하고 부당한 일엔 굴복하지 않으려 한다. 윤 대통령은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도 주저앉기보단 돌파하려 했고, 실제로도 돌파해냈다.”
Q :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험이 법제처장 업무에 미친 영향이 있나.
A : “법률 규정의 외형만 거치면 된다는 식의 형식적 법치주의가 만연했다. 예를 들어 검사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 의견을 들으라는 검찰청법 조항은 총장과 협의하고 의견을 반영하란 뜻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말 그대로 ‘듣기만’ 하는 절차로 취급했다. 법제처장으로 있는 동안 헌법과 법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 합헌 결정을 내렸고, 야당은 한동훈 장관 사퇴를 요구한다.
A : “천만의 말씀이다. 사퇴를 요구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5(합헌):4(위헌)로 단 한 표 차이 아닌가. 오히려 법사위 의결과정의 위법이 인정됐고, 위헌 의견이 4명이란 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헌재 결론은 존중하지만 검수완박이 위헌이란 소신은 변함이 없다. 검수완박의 폐해를 국민이 점점 더 느낄수록 향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Q : 야당에선 검수완박 시행령 원복을 주장하는데.
A : “지난 정부 수사권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헌법 원리인 포괄적 위임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다. 법률로 정해야 할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놓고 청와대에서 마음대로 하려 했다. 야당은 시행령 원복이 아닌 법률을 헌법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검·경간 수사 절차를 규정한 수사 준칙도 위헌적 사고의 대표적 사례다. 현행 준칙상 검사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단 1회만 재수사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법제처장이었어도 반대했을 내용이다. 현 시행령은 이런 검수완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Q : 문재인 전 대통령 풍산개 반환 논란이 있었다.
A : “굉장히 아쉽다. 반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대통령 기록물인 풍산개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위탁 관리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의가 끝나가던 상태였다. 소통 과정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Q : 지난 1년간 성과와 과제는.
A : “국정과제 법안 300건 중 95건이 통과됐다. ‘만 나이’ 통일을 위한 행정기본법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첨단전략사업법 등이 대표적이다. 부모급여를 위한 아동수당법 등 민생 법안 70%가 국회에 계류돼있어 안타깝다. 올해엔 국정과제와 3+1 개혁(노동·교육·연금 +정부혁신) 등 주요 법안 신속 심사에 총력을 다하겠다.”
Q : 만 나이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데.
A : “올해 6월부터 시행된다. 국민 편의상 연 나이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 나이 기준으로 바꾸는 정비 작업 중이다.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친절히 알려드리겠다.”
Q : 개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천 토박이신데, 총선 출마 가능성은.
A : “출마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정치 생각도 없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고 했다. 국민이 필요할 때 개각할 것이라고 하더라. 윤 대통령은 떠밀려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Q : 낮은 지지율에 대한 우려는 없나.
A :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하면 정부 정책이 완전히 바뀌었다. 외교만 보아도 그렇다. 변화의 폭이 크다 보니 국민이 혼란을 느끼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시간이 지나 우리 정부의 정책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게 되면 지지율도 다시 오르지 않겠나.”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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