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넷플릭스 등 7곳서 5.8조원 투자 유치
미국 국빈 방문차 2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첫날, 첫 일정부터 세일즈 외교에 나서 넷플릭스로부터 2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워싱턴DC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3시간여 뒤인 오후 4시 무렵 미 영빈관 접견장(블레어하우스)에서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접견 후 가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윤 대통령은 “서랜도스 대표께서 넷플릭스가 앞으로 4년간 K콘텐트에 25억 달러,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랜도스 CEO는 “앞으로 4년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리얼리티쇼의 창작을 도울 것”이라며 “(25억 달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통 큰 결정’을 내린 건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같은 작품으로 K콘텐트의 실력과 매력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서랜도스 CEO는 “윤 대통령께서 한국의 엔터 사업과 한류에 대한 애정을 갖고 강력한 지지를 보내주신 것도 투자 유치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한·미 가치동맹, 자유 지키려면 문화가 필수 요건”
그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해 온 윤 대통령은 국빈방문 첫 일정부터 25억 달러 투자 유치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올렸다.
서랜도스 CEO는 약 15분간 진행된 사전 환담에서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트 기업의 관계는 마치 한·미 동맹과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자유를 수호하는 가치동맹인데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요건”이라며 “한국의 콘텐트 기업이 넷플릭스라는 큰 배에 올라타서 전 세계로 항해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환담 중에 서랜도스 CEO가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봤는데 정말 굉장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시구 연습 동영상을 보여주며 “40년 만에 투구였다”고 말했다. 이에 서랜도스 CEO는 본인이 키우는 유기견 두 마리 사진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5일 첫 일정으로는 미국의 순국선열이 잠들어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헌화했다. 이곳은 6·25전쟁 참전용사를 비롯해 미군 전사자와 그 가족 21만5000여 명이 안장돼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참배하는 곳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의 결속력이 더욱 단단히 하는 역사적인 방문”으로 평가했다.
이곳에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 인물로 지난해 4월 별세한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도 안장돼 있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에 공수 낙하산부대 작전 장교로 참전해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활약했으며, 1951년 원주 북쪽 324고지에서 팔과 다리를 잃었다. 이후 각종 행사에서 왼손으로 경례하던 모습이 투혼과 희생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미국 측의 안내로 국립묘지기념관 전시실을 둘러본 뒤 묘역을 나왔다.
이어 윤 대통령은 투자 신고식에 참석하며 세일즈 외교에도 시동을 걸었다. 넷플릭스 25억 달러 투자에 이어 윤 대통령은 미국 첨단기업 6개사로부터 총 19억 달러(2조50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이틀 만에 총 44억 달러(5조 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 준 6개사 CEO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 의지를 밝혔다.
에어 프로덕츠, 온 세미컨덕터를 비롯한 6개사는 앞으로 청정수소·반도체·탄소중립 등 첨단산업과 관련된 생산시설을 국내에 건설할 예정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주요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사·안보부터 공급망, 첨단 과학기술 분야까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선 반도체와 IT, AI 분야를 대표하는 퀄컴·코닝·IBM·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이,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분야에서는 GE·GM·테슬라 경영진이 참석했다. 방산·항공 분야에서는 보잉과 록히드마틴 CEO 등이 왔다. 한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권호 기자, 현일훈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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