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美월가 최대 걱정은 ‘상업용 부동산’… 경기침체 악순환 부를까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CRE) 공실 증가에 따른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정책과 온라인 거래 확산 등 영향으로 공실률이 가파르게 치솟아 최근 월가의 최대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의 연쇄 파산과 금융기관의 여신 축소로 경기둔화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데이터그룹 코스타가 집계한 지난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상승했다. 코스타가 2000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 부동산 회사 JLL에 따르면 1분기 뉴욕 사무실 공실률은 16.1% 증가했다. 사무실 임대 면적은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미국 사무실 공급의 17% 이상이 비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공실률 증가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생활 방식의 변화가 결합한 결과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확산과 전자상거래 증가로 매장과 사무실 수요는 감소했다.
실제 지난 1분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CRE 가격지수는 156.91로 2년 전(169.84)보다 7.6% 줄었다. 부동산 분석업체 그린 스트리트 따르면 오피스 빌딩 가격은 2022년 초 이후 25% 하락했다. 쇼핑몰 가격은 2016년 이후 무려 44%나 쪼그라들었다. 모건스탠리는 사무실 및 소매 부동산 가치가 최대 4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타는 “원격 근무 확산으로 직장인 1인당 점유 공간이 2015년 대비 12% 감소했다. 기업 임차인은 사무실 임대를 갱신할 때 규모를 더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거래 확산도 CRE 시장에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 생활용품 판매업체인 베드베스앤드비욘드가 지난 주말 파산 신청을 했는데, 뉴욕타임스(NYT)는 “온라인 거래의 증가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관련 480개 매장을 곧 폐쇄하고 매각을 시작하기로 했다. 주가는 이날 개장 전 거래에서 52%까지 폭락했다. 투자 은행 UBS 그룹은 “향후 5년 내 약 5만개의 소매점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RE 시장 균열은 은행 부문 위기와 연결돼 있다. 상업용 모기지 대출은 5조6000억 달러(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며, 미국 은행 전체 대출의 약 38%를 차지한다. 이 중 70%는 중소은행이 갖고 있다. 문제는 CRE 대출이 만기가 짧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CRE 모기지는 2700억 달러에 달한다. 2025년까지 상환 예정인 CRE 규모는 1조5000억 달러 규모다.
저금리 시대 대규모 차입 투자를 해왔던 부동산 업체들은 연준의 긴축으로 이자 부담이 커졌고, 거꾸로 은행은 경기 침체를 대비해 대출 기준을 높이면서 돈줄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투자업체들의 추가 대출 여력은 낮아졌다.
결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업체들의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회사 트랩에 따르면 지난 2월 부실 CRE 모기지는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2월 말까지 기업 채무불이행도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가 관리하는 부동산펀드에서 지난주 1억6140만 달러 CRE 모기지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워싱턴DC 인근의 12개 사무실 건물에 대한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브룩필드는 이미 올 초 로스앤젤레스 고층빌딩 등 7억8400만 달러 CRE 모기지 부채를 채무불이행한 상태였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인 핌코가 관리하는 전국 7개 사무실 건물에 대한 20억 달러 채무불이행도 발생했다. 블랙스톤 관리 펀드 일부에서도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나타났다.
CRE 시장 위기는 다시 은행 시스템으로 번질 기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2일 CRE 대출 비중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미국의 11개 지역은행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지역은행들의 부채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건전성 위기를 느낀 은행이 더욱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CNBC는 “올해 CRE 가치는 30% 급락할 수 있어 은행은 대출 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부동산 소유자의 재융자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2년 내 만기가 다가오는 2조9000억 달러 규모의 CRE 모기지 중 과반은 갱신 때 대출 금리가 3.5~4.5% 포인트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RE 가치 하락은 재산세를 낮춰 이에 의존하는 지방정부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
경제전문 매체 포천은 “CRE는 역풍이 너무 커서 2030년까지 약 3065㎡ 규모의 사무실 공간이 쓸모없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CRE 모기지는 미국 은행이 직면한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라며 “곧 모기지 채무 불이행에 대한 헤드라인을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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