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자들의 헛간’ 효과 만점… 일본선 이웃 돕는 자원봉사 활기

최기영,서윤경 2023. 4. 26. 03: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고립, 경종을 울리다 ⑫ 호주·일본 외로움·고립 해법은

저출산·고령화와 1인가구, 이혼율 증가 등으로 가구 구조가 다변화되면서 사회적 병폐도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외로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사회적 고립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최상위권이다. 다른 나라들은 외로움과 정서적 고립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그리고 외로움 극복을 고민하는 한국교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헛간에 모인 노인들이 만든 기적

호주 시드니의 한 멘즈셰드 공동체에 모인 중년 남성들이 목공 작업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주 멘즈셰드 제공

호주에서는 ‘헛간의 기적’이라는 모임이 외로움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98년 호주에서 시작돼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으로 확산된 ‘멘즈셰드(men’s shed·남자들의 헛간)’ 이야기다. 멘즈셰드 시작엔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존재한다.

당시 호주 통계청이 ‘호주의 가족과 사회’를 주제로 조사를 진행했더니 65세 이상 호주인들의 28%가 사회적 고립을 느꼈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호주 정부는 헛간이나 차고를 보유한 주택 양식과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꾸밀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목공예가 익숙한 문화적 특성에 주목했다. 재정을 투입해 멘즈셰드라는 공간에 작업 공구를 마련하고 지역 내 중장년층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헛간에 모인 남성들이 가구를 만들며 교제했고 손수 만든 가구는 지역 내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 조기 퇴직, 이혼 등으로 정서적 위축을 경험한 이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면서 무너진 인간 관계와 사회적 소속감을 회복했다. 호주 전역에는 1100여개(2021년 12월 기준)의 멘즈셰드가 운영 중이다. 멘즈셰드가 발족된 지 20년이 지난 시점인 2018년 호주심리학협회(APS)와 스윈번대가 조사한 ‘호주 외로움 보고서’에서는 65세 이상 응답자가 다른 연령대보다 외로움은 물론 부정적 감정 수치가 낮았다. ‘헛간의 기적’이 현실이 된 셈이다.

안해용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사무국장은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퇴직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지인이나 의료 기관에 외로움을 털어놓는 걸 꺼리는데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멘즈셰드 같은 활동을 한국에 접목할 경우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뭘까. 안 사무국장은 “수혜자 발굴의 사각지대 메우기, 관계가 단절된 이들에게 만남의 기회 제공하기, 공간 나눔 등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이어 고독 장관 둔 일본

일본 도쿠시마현 외곽 도로에서 화단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는 시민들 모습. 일본 액티보 제공

일본은 2021년 2월 내각부에 고립·고독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마련했다. 영국이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고독부)를 신설한데 이은 두 번째다. 일본은 이후 전 부처 부대신이 모여 대책 마련에 나섰고 민관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정치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책을 제안하고 법안을 만들었다.

일본 정부가 외로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이미 외로움 상황이 극대화됐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달 내각부가 발표한 ‘어린이 젊은이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난해 11월 전국 15~64세 1만22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2%가 자신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고 답했다. 일본 전체 인구 가운데 약 146만명이 사회와 격리된 채 외톨이로 살아가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외로움 극복을 위해 시도한 대표적 정책이 비영리기구(NPO)와의 협력이다. NPO 현황을 파악해 이들 기구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뒤 정부 주도로 ‘고독·고립대책 연계 플랫폼’을 만들었다. 15개 단체로 시작한 플랫폼엔 현재 140여개 단체가 있다.

도쿠시마 성도교회에서 사역 중인 이명규 선교사는 “일본 사회의 외로움 문제 해결 방법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봉사와 NPO 활동의 결합”이라고 진단한 뒤 자원봉사 검색 서비스 액티보(Activo)를 소개했다. 액티보엔 초등학생부터 고령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게시돼 있다.

이 선교사는 “도쿠시마 지역에선 화단 만들기, 1대 1 일본어 강습,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도시락 만들어주기 등의 활동이 활발한데 관계 단절을 경험한 이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섬김과 나눔이 기저에 깔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지역 기반 자원봉사 활동의 중심축이 된다면 고립 문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술(ICT)도 활용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사이트는 몇 가지 질문만 하면 채팅봇이 외로움 상황에 맞는 지원 내용이나 상담할 기관을 알려준다. 기업도 기술 서비스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IT기업인 소프트뱅크는 고독·고립에 관한 정보를 푸시(push) 형태로 알리는 기술을 지원했다.

해외 모델을 도입하려면 목회자의 신학적 정립과 성도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목회자는 교회가 사회 문제 해결에 손 내미는 활동을 선교적 목회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성도들은 교회가 지닌 다양한 자원이 하나님이 이웃을 위해 쓰라고 주신 공적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기영 서윤경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