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복음이 창조하는 유연성

2023. 4.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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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오랜 이방 선교의 여정 끝에 예루살렘 교회에 도착했다.

바울이 예루살렘 교회를 찾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기근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성도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바울은 이방 땅에 세워진 교회들이 예루살렘의 성도를 위해 모은 연보를 전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했다.

예루살렘 교회에 도착한 바울은 하나님께서 이방 땅에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교회 지도자들에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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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오랜 이방 선교의 여정 끝에 예루살렘 교회에 도착했다. 바울이 예루살렘 교회를 찾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기근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성도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바울은 이방 땅에 세워진 교회들이 예루살렘의 성도를 위해 모은 연보를 전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했다. 서로 물질을 나누고 받는 것은 이방인과 유대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와 자매가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 됐다는 중요한 표징이었다.

예루살렘 교회에 도착한 바울은 하나님께서 이방 땅에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교회 지도자들에게 보고했다. 바울의 보고를 듣고 예루살렘 교회 교인 모두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런데 그들은 바울에게 한 가지 문제를 들려줬다.

예루살렘에는 바울이 이방 땅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에게 율법을 지키지 말도록 가르치고 다닌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성도 중 율법에 열성을 가진 사람들은 바울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고 했다. 바울이 예루살렘에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큰 사달이 날 것이 분명했다.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들은 바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성도 몇 명과 함께 정결 규례를 행해서 그가 율법을 배반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라는 것이었다. 사실 바울에게 있어서 예루살렘 교회의 제안은 상당히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었다. 자신에 대한 괴소문이 퍼져 있는 것도 기분 나쁜 일인데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라는 요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울은 그들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고 곧장 실행에 옮겼다.

그는 더 이상 예전의 불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물과 같은 유연성을 갖고 있었다. 바울은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9장에서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됐다.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는 자신도 그런 모습이 됐다. 그는 만나는 사람에 맞게 여러 모습을 가질 수 있었다. 바울에게는 자신이 어떤 모습이 되는가가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영혼을 얻어 그들이 구원받는 것, 생명을 살리는 일만이 그의 행동과 태도의 유일한 기준이었다.

그렇다고 바울이 가졌던 유연성을 단순히 선교를 위한 실용주의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바울은 복음 자체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복음이 주는 유익을 누릴 뿐만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복음 안에 있길 소원했다. 복음이 그의 삶의 모든 근거와 기초가 되었기에 이전에 그를 지배했던 모든 질서와 가치는 상대화됐다.

이제 그를 지배하는 질서와 원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여러 모습으로 여러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복음의 핵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이 있다. 성육신은 창조주 하나님이 피조물 중 하나처럼 되신 사건이다. 가장 높으신 분이 생명과 구원을 위해 종의 모습으로 가장 낮아지신 사건이다. 성육신의 원리는 복음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삶을 지배한다. 바울은 복음 안에서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또한 복음이 가진 성육신의 원리 때문에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그들의 종이 될 수 있었다.

진정한 고수는 상대의 유익을 위해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맞춰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성육신이 보여주는 역설적인 능력이다. 그러므로 복음 안에서의 유연성은 성도와 교회의 영적인 건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복음이 우리 삶을 지배할 때 우리는 복음이 주는 자유 곧 기꺼이 종이 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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