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국전 용사 잠든 알링턴 묘지 헌화…2.5조 투자 또 유치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첫 일정으로 미국의 순국선열이 잠들어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헌화했다. 윤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의 결속력이 더욱 단단히 하는 역사적인 방문”으로 평가했다.
이곳은 6·25전쟁 참전용사를 비롯해 미군 전사자와 그 가족 21만 5000여명이 안장돼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참배하는 곳이다.
검은색 넥타이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총 21발의 예포 속에 알링턴 국립묘지에 들어섰고 루퍼스 기포드 의전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대사 등의 안내를 받으며 미국 각 주의 깃발을 지나 무명용사탑 계단 밑에 도착했다. 이어 애국가와 미국 국가 연주 이후 무명용사탑 최상단 계단으로 이동, 화환에 손을 얹고 묵념했다. 무명용사의 묘에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무명의 미국 용사가 영예롭게 이곳에 잠들다’라는 비문이 적혀 있었다.
이곳에는 한·미동맹의 상징적 인물로 지난해 4월 별세한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도 안장돼 있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에 공수 낙하산부대 작전 장교로 참전해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활약했으며, 1951년 원주 북쪽 324고지에서 팔과 다리를 잃었다. 이후 각종 행사에서 왼손으로 경례하던 모습이 투혼과 희생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미국 측의 안내로 국립묘지기념관 전시실을 둘러본 뒤 묘역을 나왔다.
이어 윤 대통령은 투자 신고식을 통해 세일즈 외교에도 시동을 걸었다. 전날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25억 달러(3조 3000억원) 투자를 이끌어낸 윤 대통령은 이날 투자신고식에 참석해 미국 첨단기업 6개사로부터 총 19억 달러(2조 50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이틀 만에 총 44억 달러(5조 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셈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 준 6개사 CEO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 의지를 밝혔다. 에어 프로덕츠, 온 세미컨덕터를 비롯한 6개사는 앞으로 청정수소·반도체·탄소중립 등 첨단산업과 관련된 생산시설을 국내에 건설할 예정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주요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사·안보부터 공급망·첨단 과학기술 분야까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핵심 원천기술 강국이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제조역량을 보유한 점을 들며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상호 간에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미국 측에선 반도체와 IT, AI 분야를 대표하는 퀄컴·코닝·IBM·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이,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분야에서는 GE·GM·테슬라 경영진이 참석했다. 방산·항공 분야에서는 보잉과 록히드마틴 CEO 등이 왔다. 한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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