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문의 휴먼 & 펫] 끌리는 마음만으로는…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아는 집에서 얻거나 애견센터에서 구매한다. 과거엔 사고파는 물건처럼 여겼지만 ‘입양’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부양하겠다는 태도가 정착하고 있다. 하지만 진료하다 보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동물 치료에 국가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진료비를 대느라 전셋집을 월세로 옮긴 가정이 있었다. 고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며느리는 반려견을 키우는 게 싫었지만 시어머니가 좋아해 내색하지 못했는데, 강아지가 병에 걸리자 안락사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그래서 동물을 키워 보겠다면 결심이 필요하다. 몇 가지 요건을 따져보기 권한다. 우선 경제적 형편이다. 밥그릇, 목줄, 패드, 장난감, 이동장 등 갖출 물건이 꽤 많다. 사료·간식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치료비, 약값, 보험료도 고려 대상이다. 다음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는지 살펴보자. 동물은 정기적으로 산책과 운동을 해야 한다. 문제 행동 없이 사람과 어울려 살게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보통 1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한다.
일정한 집안 공간도 필요하다. 동물이 쉬고 잘 곳과 먹이를 먹는 장소, 대소변을 볼 곳 정도로 나눌 수 있다면 바랄 나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상황이다. 가족 모두가 입양에 동의하고 동물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면 좋다. 이런 가족은 동물의 습성과 건강 관리 지식을 함께 알아가는 재미를 공유한다. 하지만 동물 털 알레르기나 공포감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무작정 동물을 키워보겠다고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일로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꽤 발생한다. 이러면 키우던 사람에게도 상처가 남지만, 특히 동물에는 불행한 일이다. 끌리는 마음만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려는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사람 사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동물과의 만남에서도 중요하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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