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웅’처럼 귀국한 송영길에 옹호까지…정신 못 차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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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귀국하면서 돈봉투 전달 의혹 “몰랐다”고수
“물욕 적어” “큰 그릇” 주장에 여당 의혹 ‘물타기’도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조기 귀국했지만 자신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4일 인천공항에서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므로 책임 있게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파리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돈봉투 전달엔 외면으로 일관했다. 검찰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에는 돈봉투 전달 내용을 전하자 송 전 대표가 “잘했네 잘했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송 전 대표가 직접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도 담겼다. 그런데도 이에 관해 아무런 설명조차 없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송 전 대표의 귀국 장면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그가 입국장에 나타나자 고성이 터져나왔다. 공항은 송 전 대표 지지자와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 유튜버 등까지 300여 명이 북새통을 이룬 상태였다. 현장에선 “인천시민에게 사과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 “송영길 힘내라”는 응원 구호가 터져나왔다. 송 전 대표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당선될 목적으로 소속 의원 등에게 금품을 살포한 의혹을 받는데, 마치 무슨 공을 세운 영웅이 귀국하는 장면으로 착각될 지경이었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의 태도도 부적절하다. 김민석 당 정책위의장은 송 전 대표가 집이 없다며 “물욕이 적은 사람이다. 내가 보증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본인이 금품 등을 수수했다는 게 아니라 남에게 제공하는 데 관여했느냐가 핵심이다. 본인의 재산 과다나 청렴 여부와 무관한데도 억지 논리로 감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역시 큰 그릇 송영길”이라며 자진 탈당 등을 호평했다. 국회 다수당의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 범죄 의혹을 받아 당직에서 물러나고 수사에 응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 당연한 처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돈봉투 관련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 전직 의원 관련 의혹을 아느냐고 되묻기만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연이틀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몰라요?”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갑니까”라고만 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해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됐었고, 박 전 의원은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이들 사안 역시 제대로 공정하게 수사할 대상일 뿐이다. 검찰이 귀국 하루 만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송 전 대표는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이다. 송 전 대표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민주당은 ‘물타기’가 아니라 당 혁신에 매진하는 것만이 민심을 회복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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