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신당, 여의도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세 가지 이유

정도원 2023. 4. 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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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 31%, 양당 지지율 육박
금태섭 "30석은 굉장히 겸손하게
얘기한 것"이라면서 자신만만…
홍준표 "이러다 정말 3지대 탄생"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과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8일 의원회관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성찰과 모색) 준비모임이 주최한 '한국 정치, 문제와 제언' 토론회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집권 세력이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 지지율에 신음하고 제1야당은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늘어나는 무당층이 '제3지대'의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태섭 전 의원이 추석 전까지 신당의 깃발을 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른바 '제3지대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태섭 전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른바 '수도권 30석' 장담과 관련 "굉장히 겸손하게 얘기한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지금 충분히 (전체 의석의) 10% 정도는 새로운 실험을 할 의사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3지대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늘어나는 무당층이다.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회의적인 유권자들이 늘어나면서, 신당을 위한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지난 17~21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당층은 14.2%로 직전 주 대비 2.0%p 늘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다.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으로 ARS인 리얼미터에 비해 정치저관여층의 의사가 더욱 폭넓게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갤럽의 지난 18~20일 설문에서는 무당층의 비율이 31%로 국민의힘(32%)·민주당(32%)과 유의미한 격차가 없는 수치가 나왔다.


이 결과만 놓고보면 국민의힘·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은 세발 솥과 같이 정립하는 구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당에 해악을 끼친다고 자진탈당하고 검찰수사를 받겠다는 송영길, 당에 해악을 끼치든 말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이재명, 전광훈 늪에 빠져 당이야 어찌되던말던 나만 살면 된다는 여당 지도부"라며 "이걸 보고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어떤 판단을 할까.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당이 탄생하나"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신당에 꼭 필요한 대선급 지도력 부재
"짜장면·짬뽕 싫다고 단무지 먹느냐"
김종인 "금태섭만한 인물 없다"지만
천하람 "금태섭 최선인지 많은 의문"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아직까지는 금태섭 전 의원이 깃발을 들고나선 '제3지대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신당 성공에 꼭 필요한 대권주자 존재의 부재 △신당 성장 및 안착에 유리하지 않은 선거제도 △2016년 총선 이후 한동안 펼쳐졌던 '중도·개혁보수 신당' 실험 실패의 학습효과 등이 근거다.


'87년 체제' 성립 이래로 성공한 신당의 필수조건은 국민이 바라볼 대권주자였다.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에서 약진했던 자민련에는 '충청의 맹주' 김종필 전 총재가 있었다. 2008년 총선 자유선진당에는 이회창 전 총재, 2016년 총선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의원이 있었다.


반면 지금 신당의 깃발을 치켜든 금태섭 전 의원이 대권주자급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19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금태섭만한 인물도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에 찾기가 힘들다"며 "금태섭이라고 대통령 못 할 일이 없을 것 아니냐"고 측면 지원에 나서기는 했다.


하지만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한 자리에서 "원래 제3지대의 아이콘인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에 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제3지대의 깃발을 들 사람이 없다"며 "금태섭 의원이 과연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나도 물론 많은 의문이 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제3대안으로서 요건을 갖춰야 한다면 첫 번째가 대선(주자)급 지도력"이라며 "(대선주자가 없으면 유권자가) 짜장면도 먹기 싫고 짬뽕도 먹기 싫은데 그렇다고 단무지만으로 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제 혁명적 변화 가능성 무망
소선거구제 총선과 결선투표 없는
대선으론 신당 성장 및 안착 어려워
"일시 몇 석 얻더라도 결국엔 실패"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천정배 국민회의 대표가 지난 2016년 2월 대전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당기를 서로 교환해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당의 성장 및 안착에 현행 선거제도와 유권자 지형이 유리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19년만에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선거제도 논의를 했지만, 각자 할 말만 하다 끝나고 말았다.


정치현실적으로 선거제도가 혁명적으로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도 비례대표제 도입은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선거구제 도입은 1972년 10월 유신으로, 다시 소선거구제 회귀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의원정수 축소는 IMF 외환위기로 단행됐다. 혁명적 외부 충격이 없이 평시에 토론과 합의를 통해 선거제도가 변화한 적은 없는 셈이다.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직선제가 유지될 경우, 신당이 탄생하더라도 기존 거대 양당을 대체할 정도로 성장하거나 다당의 한 축으로 안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시적으로 총선 때 캐스팅보트에 해당하는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결국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거치며 한쪽으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제3지대가 대한민국 정치 상황에서 성공하려면 선거법 개정이 돼야 한다"며 "다당제가 만들어질 토대가 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몇 석을 얻고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실패하고 만다"고 단언했다.

'신당 실패 학습효과'에 정치인들 머뭇
유승민 '배신자 프레임' 얻어맞았고
민주 복당파도 끊임없는 불이익 위협
다들 "신당에 갈 이유 없다" 선그어

중도·개혁보수 신당 실험 실패의 학습효과도 기존 거대 양당 정치인들에게 '제3지대 신당' 합류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을 뛰어나와 바른정당을 시작으로 새로운보수당까지 개혁보수 신당 실험을 이어갔던 유승민 전 대표는 그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됐다. 유력한 대권주자였지만 탈·복당 전력으로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프레임'을 얻어맞아, 경선 승리에 필요한 일정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2015~16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중도신당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의원과 호남 정치인들도 이후 표류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안철수 의원 등은 현 여권에 합류했으며, 박지원 전 대표와 유성엽 전 대표 등은 민주당에 복당했다.


이 중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후보 단일화를 해줬는데도 지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 측으로부터 출신을 공격받으며 끝내 당권 경쟁에서 패배했다. 이재명 대표의 '대사면'을 통해 민주당에 복당한 인사들도 공천제도TF에서 내년 총선 경선 때 '탈당 전력'을 공표해야 한다는 안을 상정하는 등 계속해서 불이익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나갔다 돌아와서도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현역 정치인들은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하는 모험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비(非)당권파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내가 거기 (제3지대 신당에) 갈 이유가 없다. 나는 민주당에 1997년 대선 때 들어와 오로지 민주당만을 지켜온 사람"이라며 "오히려 민주당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비당권파인 유승민 전 대표는 "신당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며 "내가 3년 6개월 동안 아스팔트에서 열심히 개혁보수정당 바른정당을 해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말 어지간한 의지와 비전·매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천하람 위원장은 "나같은 경우에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던 게 엊그제"라며 "갑자기 나가서 3당을 하겠다, 신당을 하겠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양당 '공천대란'시 낙천자들 모여들 수
있지만, 이 경우엔 'B급' 인식이 걸림돌
"1진서 탈락한 사람들 모인 느낌 준다
유권자들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것"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2017년 1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로 합의 추대된 직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간 제3지대에서 신당이 창당하고 분당하며 통합할 때마다 자주 가세하고 이름을 올렸던 한 정치권 '3지대 전문' 인사는 "다시는 속지 않는다"며 "(제3지대에는) 관심조차 절대 갖고 있지 않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다들 선을 긋더라도 막상 내년초 거대 양당의 공천이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낙천된 인사들이 '제3지대 신당'을 바라보고 분분히 합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태섭 전 의원도 거대 양당의 공천 대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모여든 인사들은 거대 양당의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B급' 내지 '2류' 인사로 유권자들의 시각에 비쳐진다는 점에서 '제3지대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공하지 못한 사례로는 2000년 총선 당시 민국당이 있다. 한나라당에서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과 '킹메이커' 허주 김윤환 전 의원, 민주당 출신으로 이기택 전 총재와 김상현 상임고문 등이 모여 조순 전 총재를 옹립하고 당을 만들었으나 '낙천자들의 모임'처럼 비쳐지면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중도가 실패하는 7가지 이유'라는 칼럼 중에서 그 중 한 가지 이유로 "2진급의 냄새를 풍긴다. 중도는 1진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모인 곳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라며 "예의 바른 언론은 선거에서 중도 후보들에 대해 그런 점을 잘 지적하지 않지만, 유권자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그것임을 어찌 부인할 수 있으랴"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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